공항분향소 밀려든 추모객, 두시간 줄서 참배

2025-01-02 13:00:08 게재

추모·장례로 시작한 슬픈새해

계단 난간에는 손편지 ‘빼곡’

“엄마. 오늘 나랑 놀러 가기로 한 날인데 …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은 새해 첫날에도 추모 발길로 하루를 시작했다. 참모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2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사망자 82명 영정 사진과 위패를 모신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무안공항에 모인 제주항공 참사 추모객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객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계단 난간에는 추모객들이 쓴 손편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한때 사고수습 당국이 혼잡을 우려해 긴급 안내 문자를 보내 다른 분향소로 추모를 유도할 정도로 추모객이 몰렸다. 1일 하루에만 이곳에 4100여 명이 다녀갔고, 전남 24개 분향소에 2만6000여명이 추모했다. 광주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지난해 말일 2500여명이 찾아 사망자를 위로했다.

무안공항에 모인 제주항공 참사 추모객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객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계단 난간에는 추모객들이 쓴 손편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합뉴스·방국진 기자

공항 대합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난간에는 슬픈 사연과 애도의 글을 남긴 손편지가 빼곡했다. 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은 한 유가족은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모랑 아버지랑 같이 가셔서 외롭지는 않으시겠어요. 엄마랑 마지막으로 밥도 못먹고 보내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남겼다. 언니를 잃은 유가족은 “언니야! 다정히 부를 이름이 너무 아프다”면서 “내 언니 안녕하지 않을게”라는 슬픈 글로 언니를 떠나보냈다.

이날 오전 7시쯤 사망자 179명 시신이 모두 수습되면서 장례도 본격 시작됐다. 광주와 전남 24곳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에서 장례가 진행 중이다. 주민 156명을 잃은 전남도와 광주시는 희생자 1대 1 담당 공무원을 통해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유족들을 보살필 계획이다.

사망자 시신이 모두 수습됐지만 수색은 계속됐다. 사고 수습 당국은 이날 경찰 37명과 소방관 16명을 사고현장에 보내 훼손된 신체 일부와 유류품 등을 수습했다. 당국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대한 온전한 상태로 유가족들에게 인도할 방침이다. 유가족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격납고에 마련된 임시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은 시신 훼손 상태가 너무 심해 보형물을 이용한 복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5일째를 맞으면서 유가족들은 대합실에 마련된 텐트에서 여전히 통곡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1층과 2층 대합실에는 모두 200여개가 넘는 텐트가 설치됐다. 유가족들은 도시락과 김밥 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당국과 장례 절차 등을 협의하고 있다. 60대 한 유가족은 텐트 앞 의자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우리 아들 있을 때 조금이라도 잘해 줄 걸”이라고 되풀이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 대표단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과 장례, 필요한 지원사항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1일 오후 6시 30분까지 질문을 취합했다. 한 유가족은 “고령의 아버지에게 아들의 사고 소식을 미처 알리지 못했다”면서 “아버지가 충격에 쓰러질 것 같아 장례식장까지 의료진 동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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