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증시 전망 1
오리무중 금융시장 환경에 변동성 확대·부진 지속
정치 이슈 해결·트럼프 정책 대응·원달러환율 안정 최대 관건
코스피 상저하고 흐름 전망 … 예상 범위 2250~3200 폭 넓어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2025년 새해가 시작됐다. 한국증시는 올해도 국내 정치·사회적 불확실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책 불확실성, 국내 기업이익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범위는 2250선에서 3200까지 그 폭이 너무 넓다.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사회적 문제 해결과 트럼프 2기 정책 대응, 원달러환율 안정이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증시 급락세 재현 가능성 커져 = 2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활실성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1월에는 미 대통령 트럼프 취임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되어 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갈등이 국내 증시에 변동성을 확대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이 자산 30억원 이상 슈퍼리치 고객 3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 금융시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오리무중(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금융환경)’과 ‘교토삼굴(다양한 대안을 준비해 위기에 대응)’을 꼽았다. 각각 30%씩 선택됐다. ‘전전긍긍(두려움이나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도 14.1%나 됐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녹록지 않은 2025년 새해 금융시장을 전망한 모습이다.
실제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12월 FOMC와 같이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우려가 나타날 때마다 글로벌 증시에 단기 조정을 만들 수 있고, 이때 한국 증시는 급락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는 2250에서 3200선으로 넓게 잡았다. 코스피 상단 예상을 가장 높게 잡은 SK증권은 하단은 2416, 상단 3206으로 전망했다. 2024년 국내 증시만 유독 약했다며 2025년에는 유불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보완하는 절장보단(絶長補短)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이다.
이밖에 신한투자증권은 2600~3100을 제시했고, 키움증권 2400~3000, LS증권 2400~3000, 대신증권2380~3000, 유안타증권 2350~3000 등 코스피가 3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증권(2350~2900), 신영증권(2260~2870), NH투자증권(2250~2850), IBK투자증권(2380~2830), 한국투자증권(2300~2800)은 2800~2900이 코스피 상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하단을 2250으로 가장 보수적으로 제시했고 iM증권은 하단 2250에서 상단 2750으로 상·하단을 모두 가장 낮게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스피 밴드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전체 코스피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로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공매도 재개 등 수급 악재로 조정이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통화 완화 기조가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상반기 중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이익 모멘텀 둔화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 같다”며 “하반기에는 유동성 효과와 G2 경기 모멘텀 등에 따른 이익 모멘텀 개선으로 증시 상승 탄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신한증권, 하나증권 등은 올해 상반기 흐름이 하반기보다 좋은 ‘상고하저’(上高下低) 장세를 예상했다.
◆한국경제 비관론, 1월 경기 우려 증가 = 당장 1월에도 대외적 환경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이 예정된 만큼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 미중 갈등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1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연준의 입장이 크게 변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치적 사회적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바로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시작하는 트럼프 2.0 시대에 맞춰 시장은 미국 신정부 정책을 미리 반영할 전망이며 그 과정이 한국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신정부가 정책을 구체화하기 전까지 전망에 따라 가격지표가 움직일 것인데, 미국에선 달러, 금리, 주가가 모두 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높인다. 강달러가 수출단가를 높여주겠지만 미국 통상 규제와 제조원가 상승이 수출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기업실적 전망이 악화된 점도 증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이후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한국 성장에 대한 주요 IB들의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바 있다. 2025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1%후반대로 낮아졌고, 특히, 연말 대통령 탄핵 등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 비관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 = 1일(현지시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환율 1개월물은 1476.17원으로 전 거래일 현물환 종가보다 3.87원 상승했다. 달러화는 108.49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나면서 강달러 현상은 빠르게 확산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공약을 실행해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미 연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 강세를 촉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트럼프2기 무역 갈등이 심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원화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대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맞물려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율 상승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2.3 내란 사태 이후 외국인 주식자금은 약 3조원, 채권자금은 2조2000억원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국내 정치적 상황이 안정돼야 환율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2일 오전 10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원 오른 1473.0원에 장을 출발했다. 코스피는 작년 말 종가대비 1.38포인트 오른 2400.97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하락하며 오전 10시 7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8.67포인트(0.37%) 떨어진 2390.62에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933억원, 409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투자자들만 1323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혼조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전일 대비 1.74%(0.26%) 오른 679.93에서 거래 중인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40억원, 147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투자자만 804억원 순매수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