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세력·부정선거 수사본부 편성”
계엄지휘부 치밀 모의 … 여인형 메모 확보
이진우, 수방사 대테러부대 투입 준비 정황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이른바 ‘계엄군 지휘부’가 반국가세력 수사본부와 부정선거·여론조작 수사본부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 조직을 계획하는 등 치밀한 사전모의를 했다. 계엄 선포에 따른 임무 수행이라기 보다는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과 오랜 시간 사전 준비를 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지난달 31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공개한 휴대전화 메모 내용에 의해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3일 오전 11시 25분 작성한 메모에 “합수본은 방첩수사단장의 반국가세력 수사본부, 1처장의 부정선거·여론조작 수사본부로 편성”이라며 “참모장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각 100명씩 수사관을 파견받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또 방첩사를 중심으로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수본을 꾸려 ‘반국가세력’으로 분류된 야당 정치인 등과 선거관리위원회 수사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 사령관은 이 메모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합법적 명령에 의거 임무를 개시함”이라며 “국정원,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 등 모든 정보수사기관은 합수본부장 명에 따를 것임”이라고도 적었다.
또 메모에는 “1처장은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사이버조사 전문팀을 파견받을 것” “과학수사실, 정보보호단은 부정선거·여론조작 수사본부 지휘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계엄이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15시 44분쯤 여 사령관이 ‘반국가세력 수사본부 구성’과 관련해 작성한 메모도 확보했다.
여 사령관은 해당 메모에서 “경찰·조사본부, 30명 위치파악, 합동체포조 운용”이라며 “수방사, 조사본부, 문서고 구금시설, 국군교도소 구금 운영 준비” “특전사 경호대, 경호팀 운용”이라고 적었다.
또 방첩수사관 5명, 군사경찰 5명, 경찰 5명, 경호대 5명 등 20명을 1개 팀으로 꾸리고, 장비·차량을 정밀 편성해 합동체포조 작전 개시와 함께 출국금지 조치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러한 메모 등을 토대로 여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방첩사 주도로 체포조가 운영·편성됐고, 계엄 선포 당시 방첩사가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각각 100명의 인력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검찰은 이날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구속기소하면서 그의 휴대폰 메모도 공개했다.
이 사령관은 2일 작성한 메모에 수방사 대테러부대 ‘수호신티에프(TF)’ 투입을 준비한 내용을 남겼다.
이 사령관은 메모에서 장관 회의 직후 수호신TF 출동을 지시하고 대테러 대기부대를 ‘선 투입’(먼저 투입)해 국회 본관에 배치하는 한편 ‘후속 1개 대대(+)’를 투입한다고 적었다. 또 ‘(필요시) 서울시장·경찰청장과 공조통화 실시’라고도 적어 서울시와 경찰청에 협력을 구할 계획임도 나타냈다.
검찰은 이 사령관이 작전계획을 보고하고, 계엄 선포 이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수차례 통화하면서 경찰의 협조를 구해 수방사 병력이 국회 내부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