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훈 변호사와 함께하는 법과 생활①
새해부터 처음 시행되는 구하라법
부모가 양육하지 않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실제 개정된 법은 민법인데 ‘구하라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가수 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입법청원 됐기 때문이다.
구하라씨는 2019년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구하라씨는 미혼이었기 때문에 그의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게 됐다. 그런데 구씨의 친모는 그녀가 아홉 살 무렵 가출해 20여년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였다.
구하라씨 오빠는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친모가 상속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에 나서게 되었고 입법청원 4년 반 만인 지난해 여름 드디어 민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정된 민법에 의하면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상속권 상실’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속권 상실을 위해서는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서 법원으로부터 상속권상실 선고를 받아야 한다. 상속권 상실 청구는 미리 유언이 있었던 경우에는 유언집행자가 하게 되고, 유언이 없었던 경우는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다.
구하라 사건 외에도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여러 건 있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 사망 군인의 어머니가 28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 보상금 1억원을 지급받은 사건이 있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이혼 12년 만에 나타난 희생자의 친부가 사망보험금 절반을 지급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 민법 개정 이전인 2021년 7월 공무원 재해보상법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이 먼저 개정됐다.
그 내용은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재해유족급여를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 구하라법이 먼저 개정되고 이번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구하라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정 민법은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서 구하라씨 유족에겐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유류분 조항에 대해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상속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개정민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던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 한해서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해서 2024년 5월 25일 이후 사망한 사건에 한해서 개정 민법이 적용된다.
사회적 관심이 많았던 구하라법이 새해부터 드디어 시행된다. 향후 부양 의무 위반을 이유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법정에서 상속권 상실이 정당한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하라법이 잘 정착돼 양육의무를 게을리 한 비윤리적인 부모는 상속에서 배제되는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