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규명 강제 수사 돌입

2025-01-03 13:00:04 게재

경찰, 무안국제공항 이틀째 압수수색 진행 … 검경, 악성 댓글에 무관용 대응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의 무안국제공항 압수수색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또 검찰과 경찰이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악성 온라인 게시글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3일 오전 무안공항 사무실에서 여객기 운항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수사관 30여명이 투입된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2곳도 포함됐다.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는 각각 5시간, 10시간 만인 전날 오후 2시, 오후 7시쯤 마무리됐다.

경찰은 사고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로컬라이저)의 적정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메이데이)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기체의 정비 이력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고 직전 사고기의 이동 경로·상황 등을 볼 수 있는 활주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사고기 운행·정비, 시설 관련 기록도 확보하는 중이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 등 관계자 2명을 중요 참고인으로 판단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토대로 제주항공 참사의 책임자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도 수사를 통해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참사 여객기 뒤로 보이는 관제탑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제탑이 보이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무안=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경찰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 설치 = 또한 경찰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와 관련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 악의적인 댓글 등 4건을 입건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고, 모니터링을 통해서 125건의 게시물을 삭제·차단 조처했다.

특히 경찰청은 2일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남경찰청에서 25명 규모로 운영되던 전담수사팀을 118명으로 대폭 늘려 전국 단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입건 전 조사·수사에 착수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게시물을 삭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악의적 게시글에 대해선 피의자를 검거해 적극적으로 신병 처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별도 사고 대책본부를 꾸린 광주지방검찰청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유가족 대상 명예훼손·모욕 등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직접 수사는 하지 않지만,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등의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가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조롱하는 등 피해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확산하는 만큼 대책본부 차원에서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도 법률지원단을 꾸려 희생자·유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 게시물 등에 대응하고 있다.

◆일부 희생자들 영면 = 이런 가운데 희생자들의 발인이 전날에 이어 3일에도 엄수됐다.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A씨가 발인을 거쳐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A씨를 포함해 희생자 5명이 발인을 마치고 영면에 들어간다. 참사 이후 첫 희생자 발인이 치러진 전날에는 4명이 장례를 마쳤다. 현재 희생자 179명 중 42명의 시신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정부와 자치단체 등은 장례 절차를 미처 시작하지 못한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장례를 위해 필요한 휴가를 연차·공가 처리하라’는 권고 공문을 3일 유가족의 일터에 보낼 예정이다.

현재까지 희생자 179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으며 훼손된 신체 부위의 유전자 정보(DNA)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147명에 대한 DNA 대조 분석이 마무리됐고,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인도 시기 등이 논의되고 있다.

◆희생자 유류품, 가족 품으로 = 또한 현장에서 수거된 유류품 600여점 중 소유자가 명확한 200여점이 유가족에게 건네졌다. 당국은 공항 주차장에 장기간 주차된 희생자 차량을 유가족에게 인도하기 위한 절차 등을 검토 중이다. 파손 등으로 소유자 확인이 어려운 400여점 유류품 중 일부 전자기기는 유가족 동의를 구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할 예정이다.

추가 유류품 수색은 가로 300여m·세로 800여m 면적의 공항 유휴부지로 범위를 넓혔다.

한편 제주항공 참사 유족대표단 박한신 대표는 2일 무안공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합동분향소 운영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박 대표는 “장례 절차를 끝내면 더 힘들어질 텐데, 분향소가 없다면 유가족 간 논의 공간과 달래줄 사람들이 사라지게 된다”며 “희생자들의 49재까지만이라도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정부는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전국 시도 20곳과 시·군·구 80곳 등 모두 100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애도 기간으로 정한 오는 4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