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 늦어진다

2025-01-03 13:00:03 게재

항공기 참사 유가족, 복원 요구

중대본, 과기부 등과 협의 진행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장례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부고 등을 알리기 위해 희생자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수습에 나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희생자 요청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진행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의 협조가 필요해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3일 중대본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태국 희생자 유가족은 지난해 12월 31일 장례 절차 등에 필요하다며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을 요청했다. 희생자는 한국에서 7년 넘게 생활했고, 고향 방문 후 귀국하다 참사를 당했다. 희생자 휴대전화는 사고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유가족은 사망 소식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자 복원을 호소했다.

실제 장례를 지원하는 전남도와 광주시도 희생자 지인들의 연락처 등이 담긴 휴대전화가 없어 부고를 알리는 데 애를 먹었다. 이번 참사로 후배를 잃은 김 모(56)씨는 “사고 비행기에 탄 것까지는 알고 있는데 아직 부고가 없어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유류품 1000여개 중 휴대전화는 극히 일부로 알려졌다. 폭발과 화재 등으로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된 만큼 휴대전화도 대부분 소실됐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추억 등이 담긴 데이터 복원을 중대본에 요청했다. 유가족 대표단 관계자는 “중대본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 상황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 수거한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원하려면 탑승자 명단에 있는 휴대전화를 통해 통신회사를 찾아야 한다. 또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통신회사의 데이터센터에 남아 있는 기록을 찾아야 복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대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휴대전화 복원을 협의하고 있지만 실제 복원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 관계자는 “과기부에서 휴대전화 제조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는 조치계획만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복원은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수사에도 불요하다. 현재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수습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휴대전화 데이터 복원은 과거 세월호 참사 때도 쟁점이 됐다. 당시 유가족들은 동영상과 사진,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내용과 문자메시지, 음성 등 희생자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다며 데이터 복원을 요구했다. 당시 정부를 불신한 일부 유가족은 개인 비용으로 복원을 시도했고, 이에 기업들이 재능기부를 하면서 정부 역할이 논란이 됐다.

사고 발생 6일을 맞은 유가족들은 희생자 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이 늦어지자 합동분향소 운영을 49재까지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애도기간 이후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가 철거될 것을 우려해 이같이 요구했으며, 49재는 다음달 15일이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추운 겨울 분향소를 찾아주시는 국민들의 위로와 관심으로 유족들이 버티고 있다”면서 “희생자들이 언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어 분향소 연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123곳, 광주시는 23곳의 장례시설을 확보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방국진 김신일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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