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⑬ 홍도 깃대봉길
최고의 해상 풍경을 가진 한국의 하롱베이
신안 홍도는 국내 최고의 해상 풍경을 가진 섬이다. 한국의 하롱베이라 할만하다. 홍도 주변을 수놓은 기암괴석들은 마치 신들의 정원처럼 신비롭다. 홍도 해상경관은 홍도 33경을 꼽기도 하고 좀 더 압축해 홍도 10경을 손꼽기도 한다. 그토록 빼어난 경관이 많다는 뜻이다.
홍도에는 백섬백길38코스인 ‘홍도 깃대봉길’이 있다. 홍도 깃대봉길은 홍도1구 마을에서 시작해 깃대봉 정상까지 갔다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4.4㎞의 트레일이다.
이 길은 어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동백 터널길이라 동백꽃 피는 철이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홍도 최고봉 깃대봉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홍도 앞바다의 풍광은 선경을 방불케 한다. 홍도는 사철 어느 때 가더라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270여종의 상록수와 170여종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깃대봉으로 가는 동백나무 숲 터널 아래 오른쪽 길가에는 두 분의 미륵 부처님이 서 있다. 풍어와 소원을 빌던 신앙물이다. 고기잡이 갔던 어부의 그물에 걸린 미륵을 마을 주민들이 전망 좋은 이곳으로 모셔와 세웠다고 전한다. 한 분은 본래 있던 미륵이 아니라 근래에 다시 세운 자연석이다. 남자 미륵, 여자 미륵이 쌍으로 있었는데 2003년 경 남자 미륵이 유실된 뒤 남자 미륵을 다시 세웠다. 지금도 가끔 무속인이 찾아와 기도를 올리고 간다.
일제 강점기에는 기차와 무기의 연료로 쓰기 위해 홍도에서 숯을 공출해 갔다. 그 무렵 홍도 원시림의 대부분이 파괴됐다. 한때는 18개나 되는 숯가마가 있었다 하니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베어졌을지 짐작할 수 있다. 숯가마는 깃대봉 아래와 내연발전소 위쪽 웃골의 견산에 주로 있었다. 지금 깃대봉 가는 길목의 ‘정숙 숯굴’도 그중 하나였다.
정숙 숯굴은 1925년부터 1935년 사이 정숙이란 사람이 숯을 구워 공출했던 숯가마였다. 홍도2구인 석기미 사람들이 끌려와 노역을 했고, 견산의 숯굴에서는 1구의 죽항마을 주민들이 노역을 했다.
정숙 숯굴‘은 직경 300~330㎝, 높이 80㎝ 정도의 가마벽을 자연석과 흙을 섞어 원형으로 만든 것이다. 숯가마는 밖은 다시 외벽으로 둘러싸 가마의 불길이 새어나가서 산불이 나는 것을 방지했다. 숯은 참나무를 쌓은 뒤 아궁이에 불을 피워 참나무의 속까지 어느 정도 타면 가마 윗부분을 흙으로 덮어 두었다가 일주일 정도 식으면 꺼냈다.
세계 명작 같은 섬들이 있다. 읽어보지 않았는데도 줄거리를 꿰고 있어서 마치 읽어본 듯 한 느낌이 드는 세계 명작. 가보지 않았는데도 방송 언론을 통해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마치 가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섬. 홍도는 그런 세계 명작 같은 섬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끝내 세계 명작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홍도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세계 명작이다. 한번이 아니라 거듭해서 읽을수록 맛이 새로워지는 걸작.
홍도는 동백이 활짝 피고 뱃길이 편리한 봄철에 가는 것이 좋다. 홍도 선착장 초입의 당숲도 빼어난 동백 숲이다. 3백 이상 된 동백나무와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의 거목들이 도열해 있다. 이 신령한 숲의 축항 제당은 해마다 정월이면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던 마을 신전이다.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