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2년반 내내 ‘이재명 타령’…“2심 빨리”

2025-01-03 13:00:02 게재

대선 뒤 ‘먼지털기’식 수사로 구속 노려

구속 불발 뒤 유죄로 ‘범죄자 낙인’ 계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사법부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각종 비리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법부는 이 대표의 온갖 재판 지연 전술을 모두 허용해 주면서 기소 후 6개월 안에 끝났어야 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무려 2년 2개월 만에 마쳤다”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은 반드시 2월 15일 안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란스러운 계엄·탄핵 정국을 수습해야 할 여당 지도부가 이 시국에도 이 대표 재판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을 비친 것이다.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정권의 ‘이재명 타령’은 집권 2년 반 내내 반복됐다. 2022년 3.9 대선을 전후해 윤 대통령 친정인 검찰은 이 대표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면서 ‘승자의 아량’이 예상됐지만, 검객 출신에게 아량 따윈 없었다. 검찰은 ‘먼지털기’식 수사를 이어갔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 이 대표를 구속해 윤 대통령 정적이자 차기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하지만 두 차례 구속 시도는 전부 불발됐다. ‘이재명 제거’ 작전이 실패로 끝난 것.

검찰은 이후 무려 12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이때부터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1·2심에서 유죄를 받으면 ‘범죄자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우리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속내를 비치기 시작했다. 12.3 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 여권 핵심관계자는 “다음 대선에서는 당연히 정권교체 흐름이 강하겠지만, 여당 후보는 윤 대통령이 아닌 새 얼굴이 나서는데 저쪽(민주당)에서 범죄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한다면 우리가 해볼 만한 구도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여권은 이 같은 전략 아래 계엄 사태 이후에도 이 대표의 재판 일정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선거법 2심 판결이 나와야 대선 구도가 유리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을 늦추려 안간힘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조차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 2년 반 동안 국정 성과를 내는 대신 ‘이재명 사법리스크’에만 매달리다가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윤 인사는 3일 “윤 대통령의 실패는 ‘이재명 죽이기’에만 매달리면서 이미 예고됐다. 제1야당 대표를 협치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만 보니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