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줄인상…물가당국 비상

2025-01-03 13:00:14 게재

원자재 값 상승 명분 커피·의약품·화장품·명품까지 올렸다

환율추이 고려하면 추가인상 가능성 … 당국 ‘모니터링중’

연초부터 주요 소비재 가격이 급등세다. 이유식부터 커피 등 음료수, 의약품, 화장품에 명품브랜드까지 인상대열에 합세하는 중이다. 최근 환율인상 추세를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물가당국은 손도 못쓰는 형국이다.

내란사태에 정부가 비상체제로 운영되면서 여력도 없다. 이래저래 소비자만 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판이다.

작황 부진에 따라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신선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농산물 물가는 작년보다 10.4% 올라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3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는 ‘가격인상 전쟁’중이다. 커피 등 주요식품은 물론 약품에 화장품, 심지어 이유식까지 가격을 올렸다.

식품업계는 밀가루와 설탕, 코코아 등 주요 수입 원자잿값 상승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격 인상을 예고한 오리온의 주요 제품들은 1일자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편의점 기준 포카리스웨트 캔(240ml)은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랐다. 동아오츠카의 탄산음료 데미소다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 인상됐다. 방한 외국인들이 꼭 사 간다는 바프 역시 가격을 인상했다. 편의점 판매용 수입맥주도 가격을 인상, 4캔 1만3000원 시대를 예고했다.

화장품 업계도 일제히 가격인상을 알렸다. 아모레퍼시픽, 엘지생활건강 등 유명 화장품 업체 자회사 브랜드들은 모두 500원에서 최대 2000원까지 인상했다. 심지어 아기 이유식 가격까지 올랐다. 영유아식품업체 베베쿡은 4년 만에 이유식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팩당 100원~400원까지 올랐다.

명품업체도 인상대열에 가세했다. 에르메스는 이날부터 의류, 가방 등 가격을 평균 10% 이상 올린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

문제는 현 물가당국이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내란사태 이후 정부는 사실상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환율방어나 미국 트럼프행정부 출범 등 굵직한 현안대응에도 손발이 부족하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최근 3개월 연속 상승률 1%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상추세를 방치한다면 물가안정 흐름을 조만간 위협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식품과 주요 공산품을 중심으로 가격인상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란 와중에 물가당국에 때 아닌 비상이 걸린 셈이다.

성홍식·정석용·고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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