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탄핵심판’ 절차 신속 진행 눈길

2025-01-03 16:57:32 게재

윤 대통령측, 준비기일 추가 요구에 수명재판관, 변론준비 절차 마무리

국회측 수사기록 확보신청 채택 ... 1월 14·16일 1·2차 변론기일 지정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잇달아 추가로 변론준비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수명재판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차 변론준비 절차로 마무리했다. 또한 변론기일을 오는 14일과 16일 오후 2시로 잇따라 지정했다. 다른 탄핵심판 사건에 앞서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헌법재판소의 의지가 엿보인다.

헌법재판소는 3일 오후 2시 수명재판관인 정형식·이미선 재판관 주재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1차 변론준비기일에 이어 탄핵소추 쟁점 정리와 증인과 증거 채택 여부를 정리했다. 이날 정식 변론에 앞서 쟁점과 증거 조사 계획을 정리하는 변론준비기일은 마치기로 했다. 헌재는 지난달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접수받아 탄핵 심판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달 27일과 이날까지 총 2회 변론준비기일을 거쳤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변론 준비 진행 과정 중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입증계획과 관련해 변론준비기일이 한 차례 꼭 필요하다”며 “다음 준비기일까지 정리해서 낸 다음 변론기일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선 재판관은 “2차례의 준비기일을 통해 청구인 측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CCTV 영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거도 제출됐다”며 “피청구인 측은 변론기일에서도 답변서와 증거 제출이 가능하니 제출해 주시길 바란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1차 변론기일을 오는 14일로 지정했다”며 “피청구인 윤 대통령이 1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할 시 2차 변론기일은 16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명재판관들은 이날 탄핵 소추 이유를 ▷12·3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대·경찰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총 4가지로 압축했다.

헌재는 이날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기록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국회 측의 ‘인증등본 송부촉탁 신청’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청구인(국회)이 입증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수사기록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투는 셈이 된다”며 “폐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 나타났는데, 소송지휘를 반복하는 것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쟁점 정리가 끝난 뒤 약 10분에 걸쳐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부당성과 신속한 재판진행에 반대하며 신중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먼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의 부당성과 헌재에 낸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서도 “물리력을 동원해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면 나머지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위험한 발상이 횡행하면서 헌정질서를 진정한 내란으로 몰고 있다”며 “조속한 가처분 결정을 내려서 법치 파괴적 무질서와 힘의 지배를 물리치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헌재법에 규정된 탄핵 심판 기간(180일 이내 종국 결정 선고)도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심판을 지나치게 오래 끌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졸속으로 해도 안 된다”며 “180일은 (탄핵 심판에) 보장되는 기간이고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졸속 소추에 이은 졸속 심판은 용납할 수 없다”며 “많은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다수의 증인신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계엄의 배경에는 무차별 탄핵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앞서 접수된 탄핵소추가 정당했는지는 이 사건 탄핵 재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줄 탄핵’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와 헌재의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수명재판관들은 윤 대통령 측 요구를 모두 들은 뒤 변론준비기일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고, 1·2차 변론기일을 잇따라 지정했다.

오는 14일 열리는 1차 변론기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지 주목된다. 헌재법상 탄핵심판 당사자는 변론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정해진 1차 변론기일에 당사자가 불출석할 경우 재판은 공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수명재판관들은 2차 변론기일도 함께 지정한 것이다. 2차 변론기일인 16일에도 윤 대통령이 불출석하면 당사자 없이 심리가 진행된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윤 대통령 쪽은 대통령이 직접 헌재 법정에 나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윤 대통령의 입장을 장외에서 대변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당당하게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며 “언제 (탄핵심판의) 공개변론이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열리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 만에 탄핵 여부가 결정됐다. 헌재가 변론기일을 잇달아 지정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빠르면 2월 이내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수도 있어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