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아시나요

2025-01-06 13:00:02 게재

현대인은 앉아있는 시간이 인류역사상 가장 많다. 특히 산업국가에서는 이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서 한국인이 하루 평균 7.5시간을 앉아서 보낸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8.9시간이라고 밝혔다. 7년 만에 01.4시간이 더 늘어났다. 하루 1/3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24.6%의 성인은 하루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12시간을 넘는다는 것이다.

앉아있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앉아있는 것은 여러가지 건강상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이다. 엉덩이근육은 인간이 직립하고 보행하고 뛸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근육일 뿐 아니라 근육량이 많아 대사량에도 영향을 준다.

허벅지 뒤쪽 근육도 코어근육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허리의 직립을 도와주며 계단 등을 올라갈 때 큰 역할을 한다. 발목과 무릎까지 근육체인을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엉덩이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약화와 근력소실은 인간의 움직임을 제한하게 되고 여러 건강상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추간판 탈출증, 장경인대염 등의 즉각적인 근골격계 문제에서 우울증 심혈관질환 당뇨 등의 만성질환까지 야기한다.

한시간에 최소 10분 서 있는 습관 들이기

그래서 이런 오래 앉아있는 습관으로 인한 기능저하를 최근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혹은 ‘죽은 엉덩이 증후군(dead butt syndrome)’ 등으로 부른다. 엉덩이 근육의 기능저하를 ‘기억상실증’에 빗댄 이유는 엉덩이 대둔근이나 둔근은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이후에 서 있거나 보행하는 수준에서는 엉덩이 부위의 힘을 주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필자는 의약살롱 칼럼에서 달리기를 건강유지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 바 있다.

우선 이 기억상실증을 예방하는 첫단계는 주기적으로 서는 것이다. 서는 것만으로 운동이 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엉덩이근육의 소실을 막는 기재로는 작동할 수 있다. 서는 것은 서는 시간보다는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데 집중해야 되기 때문에 한시간에 최소 10분은 서 있는 걸 추천한다. 학창시절처럼 50분은 앉아서 수업을 들었더라도 10분은 쉬는 방식이다. 쉬는 시간에 동료와 서서 대화를 하든가 화장실을 다녀오든가 해야 한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운동으로 계단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동할 때 계단이 보인다면 올라가는 계단은 활용하자.

최근 이런 장시간의 좌식작업 문제점으로 스탠딩책상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앉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즉각 책상과 테이블을 스탠딩이 가능토록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이외에도 최소한 1시간 이상 앉아있었다면 한번씩이라도 일어나 제자리에서 걷기, 엉덩이 돌리기, 스쾃을 해주고 다시 앉는 것도 권장한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일터의 환경변화다. 우선 노동환경을 주기적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바꾸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휴게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짧은 이동이 가능한 노동환경 배치도 중요하다.

모니터 등을 오랜시간 보고 작업해야 한다면 앞서 이야기했지만 작업테이블을 스탠딩으로 교체해야 한다. 앉아서 오랜시간 작업을 하는 테이블 및 식탁까지도 모조리 바꾸는 게 좋다. 추가로 휴게시간에도 최대한 앉지 않는 게 중요하다. 동료들과 서서 대화할 환경도 필요하다.

앉아있는 시간은 죽어가는 시간

결국 핵심은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뿐이다. 서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우리는 잊고 있다. 귀가하거나 주말에도 앉거나 누워서 방송이나 비디오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도 서서 방송을 시청하거나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10분 이상 서 있으면 힘들고 앉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면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시작된 셈이다.

발목 무릎 대퇴골 통증은 물론 허리디스크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앉은뱅이병은 병원에서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증상을 완화할 진통제와 주사치료만 반복된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앉은 시간을 줄이고 서 있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직립동물로 진화되어 왔다.

극단적으로 말해 서 있는 시간은 살아가는 시간이고 앉아있는 시간은 생리적으로는 죽어가는 시간이다. 서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늘리자.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