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등록금 동결 17년, 미래경쟁력까지 위기

2025-01-10 13:00:07 게재

이른바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작된 지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교육당국의 강한 압박에 주요 대학들은 주저앉곤 했다. 고등교육법은 최근 3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을 재정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데다 규제권한을 휘둘러 주요 대학들이 반기를 들지 못했다.

그랬던 대학들의 최근 움직임이 예년과 사뭇 다르다. 재정난이 경쟁력 저하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한다는 판단에 주요 대학들까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등록금 인상 도미노’까지 벌어질 상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물가가 매년 오른 점을 고려하면 2023년 기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평균 실질등록금이 2011년 대비 각각 20.8%, 19.8% 인하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대학 등록금이 강남 반려견 유치원보다 싸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돈다.

재정난에 대학 경쟁력 추락도 심각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2013년 41위에서 2023년 49위로 떨어졌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받은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더 큰 문제는 재정난이 미래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각 대학은 앞다퉈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전공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첨단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교수로 채용하려 해도 기업에 비해 연봉이 낮아 대학들은 만성 구인난에 시달린다.

그나마 있는 교수들도 이직하기 일쑤다. 최근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설문조사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활용 계획으로 ‘우수 교수 유치 및 직원 채용’이 1순위로 꼽힌 결과가 대학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낡은 실습장비 등 실습실 개선은 많은 대학에게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은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게 자명하다. 그렇다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을 방치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2024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고등교육(대학·대학원)의 경우 1만3573달러로 OECD 평균(2만499달러)의 66.2%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규모도 지난해 기준 0.71%로 OECD 평균(1%)에 못 미친다. 그동안 등록금 동결을 상쇄할 만한 국고 지원도 뒤따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정부가 궁색한 논리로 대학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시간이다.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