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만파업 피했다…노사 잠정 합의

2025-01-10 13:00:10 게재

노동자 대 외국 선사

트럼프, 노조 손잡아

미국 동부·걸프지역 항만이 노동조합 파업 위기를 피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라는 비전이 노사합의를 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동부·걸프지역 36개 항만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용자측 연합인 미국해사동맹(USMX)은 8일(현지시각) 공급망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6년간의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에 따르면 합의내용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회원들의 비준이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항만노동조합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동부 및 걸프 연안 항구를 현대화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틀을 마련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강화할 역량을 창출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항만자동화로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항만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현재 고용을 유지하거나 추가 고용을 유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잠정합의의 성패를 판가름하게 된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임금인상에 잠정합의하면서 항만자동화 등 미타결 쟁점은 올해 1월 15일을 마감시한으로 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은 교착상태를 보였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항만자동화로 인해 일자리 상실 등의 고통을 받게 될 노동자들 손을 잡으면서 급변했다.

미국 해운·항만 상황에 정통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노동조합 손을 들어준 것은 사용자단체는 머스크 HMM 등 해외선사들인데 반해 항만노동자들은 미국인이라는 게 중요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캡틴도 “트럼프 대통령은 4만5000명의 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ILA와 연대하고 항만자동화로 인한 비용 절감이 (일자리 상실 등으로) 미국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항만 자동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며 “미국해사동맹은 미국 동부·걸프 연안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컨테이너선사, 직접 고용주 및 항만협회의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협상이 타결되면서 상승세를 이어오던 해상운임이 어떻게 변화할 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미국 서부 항만 가동률이 이전 52개월 평균보다 10.1% 높았고 동부·걸프 연안 항구는 3.4% 감소했다. 파업에 대비해 화물이 동부항만에서 서부항만으로 이동한 것이다.

해상화물 플랫폼인 제네타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의 운송요금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26% 급등해 12m 컨테이너 1개(FEU)당 6800달러에 도달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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