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서 첨부 개인정보 전송 ‘무죄’
대법 “법원, 개인정보처리자 아냐”
소송 당사자가 법원 문서에 첨부된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무단 전송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해 같은 해 7월 법원으로부터 상대방 당사자의 준비서면과 사실확인서, 운전면허증 사진 부분을 송달받았다.
A씨는 B씨의 운전면허증 사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입주자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에게 전송, 정보 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가 기재된 운전면허증 사본을 제3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개인정보 보호법 19조는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된다’고 규정하는데, A씨에게 소송서류를 전달한 법원을 ‘개인정보 처리자’로 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제출한 소송서류 부본을 소송 상대방인 A씨에게 송달했을 뿐, 개인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배열하거나 구성해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가 법원 송달 서류를 통해 B씨의 개인정보를 알게 돼 제3자에게 제공했다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의 법원과 ‘재판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의 법원의 구별 등을 보면, 개개의 사건에 대해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재판에서 당사자 주장과 증거 제출 등을 통해 심리를 진행한 뒤 판단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나 서면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다수의 개인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한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재판권에 기해 법에서 정해진 방식에 따라 행하는 공권적 통지행위로서 여러 소송서류 등을 송달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의 경우에도 “가처분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법이 정한 방식에 따라 당사자인 피고인에게 소송서류를 송달한 것”이라며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