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산정 자율화했지만 해외 주요국과 달라
“외부평가 의무화, 일반공개 모두 규정한 국가 없어”
‘규정 강화’ 우려도 … 공인회계사회 가치평가포럼
정부가 지난해 비계열사간 합병과 관련해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지만 해외 주요국과는 차이가 있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운열)는 지난 21일 ‘제6회 가치평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합병가액 산정 제도와 외부평가 관련 제도 연구’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해외 주요국 중 우리나라처럼 외부평가를 의무화 하면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황 위원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합병가액 산정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며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가액을 산정하고 외부평가는 대부분 국가에서 의무가 아니며, 영국과 독일처럼 합병 거래에 한정해 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받도록 규정하는 국가에서도 보고서 기재사항을 구체적으로 법에서 정하는 등 그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의 입법례를 고려할 때, 공시의 내용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이해관계에 대한 공시가 필요해 보인다”며 “합병가액의 적정성과 공정성 판단의 1차적 책임은 대상 기업의 이사회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외부평가는 합병가액의 결과와 산정방식이 공정한지 확인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손호승 삼정회계법인 파트너는 “우리나라는 외부평가의견서를 공시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어, 개정된 제도에서 외부평가기관에 대한 책임 내지는 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사회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 관행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태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치평가를 회계감사 수준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회계법인의 책임을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회계법인의 가치평가는 다른 외부평가기관과 달리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형사책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타 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합병가액 산정을 자율화하고 이사회의 공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해외 사례와 유사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볼 때 외부평가기관의 책임이 상당히 강해, 앞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합병 가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제적 정합성에 부합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비계열사간 합병 시 합병가액 산정이 자율화되면서 합병가액의 산정과 외부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통해 개정된 제도를 이해하고 실무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