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탄핵의 요건과 삼권분립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탄핵제도다.
헌법 65조에는 탄핵소추의 대상과 함께 탄핵의 요건도 정해 놓았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1/3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있어야 한다. 헌법 113조에는 탄핵의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재판관 9명 중 2/3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요건과 달리 재적 재판관 2/3 이상의 찬성이 아닌 재판관 6인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재적 재판관이 9명이 안되는 지금(8명)과 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다 탄핵이 남발되지 않도록 제어해 놓은 측면도 있다. 탄핵소추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의 하나로 거대야당의 탄핵 남발로 국정마비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22건과 계엄 선포 이후 7건 등 모두 29건의 탄핵소추 사건이 헌재에 접수됐다. 헌재가 이들 사건을 심리하거나 결정하고 있지만 아직 한건도 탄핵을 인용한 경우가 없었다.
비록 국회 다수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더라도 이를 헌재가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는 순간 탄핵소추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는 점이다. 헌재가 탄핵심판 결정을 내놓기 전까지 정책 집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탄핵 남발로 답답함을 느낄 만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가 한두달 사이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파장이 우려된다. 자칫 극렬 지지층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과 같은 폭동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 행사와 이를 제어하기 위한 국회와 헌재의 탄핵소추 의결 및 탄핵 결정에는 삼권분립의 원리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다수(2/3) 국민이 받아들인 결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결정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불복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선일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