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누나 상대 ‘차명유산 소송’ 일부 승소

2025-02-03 10:17:40 게재

선친 유언 갈등 … 400억원 배상 청구

1심, 전액 지급 … 2심, 153억원 인정

대법 “채권증서 합계액, 153억 초과 안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누나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본래 자신의 상속재산이었던 400억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153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호진 전 회장이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남매의 분쟁은 선친인 태광그룹 창업주 이임용 선대 회장이 1996년 사망하며 남긴 유언에서 비롯됐다. 유언은 ‘딸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으로, 2010∼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2010년 10월 차명 채권을 이재훈씨에게 전달했다가 2012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이씨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호진 전 회장은 자신이 이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누나에게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2020년 이씨를 상대로 400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이재훈씨는 아버지 이 회장의 유언이 무효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애초 채권증서가 이 전 회장의 것이 아니고, 이 전 회장이 자신에게 보관을 위탁한 적도 없다며 맞섰다.

1심은 이 전 회장이 이씨에게 청구한 400억원은 전부 인용하되, 지연손해금 지급 기산점을 일부 조정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이씨에게 153억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언에는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차명 재산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면서도 이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원만 인정하며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할 돈도 이 액수에 그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채권증서의 합계액이 위 금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채권의 금액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153억5000만원의 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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