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농협은행 부당대출 482건…고위 임직원 연루, 브로커 공모

2025-02-04 13:00:07 게재

금감원 “내부통제 실패로 금융사고 지속” … 지주사, 건전성 관리 미흡

해외 자회사 우회지원도 드러나 … “책임 소재 따라 위법사항 엄정 제재”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우리·KB국민·NH농협은행에서 적발된 부당대출이 482건, 38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부당대출 규모는 우리은행이 2334억원(101건)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892억원(291건), NH농협은행 649억원(9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검사를 벌여 350억원을 적발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규모는 730억원으로 늘었다.

◆부당대출 해주고 아내 계좌로 금품수수 = 이와 별개로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해서 160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고 밝혔다.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730억원) 중 338억원(46.3%), 고위 임직원 부당대출(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한달 이상 연체 발생 등 부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씨는 같은 교회 교인으로 알려진 대출 브로커 B씨를 부하 직원이었던 지점장에게 소개했고, 지점장은 브로커를 통해 여신 17억8000만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상환능력·소요자금 심사 등을 소홀히 하고 아내 계좌로 3800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났다.

KB국민은행은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가담했다.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원을 취급하고,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 및 향응을 받은 정황이 확인(금액 미정)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점장・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차주 등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거액 부당대출 관련 범죄 혐의를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이나 합리적 성과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포용금융 등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임직원이 단기성과에 치중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 등을 설계해 여신 취급, 펀드 판매 등 기본 업무영역에서조차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금융그룹 위기대응능력 과대 평가” =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며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비율)이 과대평가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리·KB·NH금융지주 등 지주사 검사와 관련해 그룹 내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모두 반영할 경우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0~20bps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 불이행시 신탁사가 통상 6개월 내 건물을 준공할 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주단에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부동산PF 부실 사태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을 확대해온 지주사 계열 신탁사들의 위험이 커졌다. 금감원은 “다수의 지주사는 시공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신탁사가 추가 투입한 대출금액에 대해서만 신용리스크를 관리하고 손해배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판단해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인식・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해외 자회사 우회지원 = KB국민은행은 부실이 커진 해외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우회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KB국민은행은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부코핀은행의 부실자산을 KB국민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및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부코핀은행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됨에 따라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대주주 우회지원도 다시 지적됐다. 금감원은 2022년 정기검사에서 농협은행이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C재단에 222억원을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확인돼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검사에서도 자회사의 기부금 관련 지주 차원의 통제절차가 미흡하고 대주주 및 계열사 여신을 조기경보 등 여신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재무위험 등 영향 분석 없이 대주주 지원성 사업을 영위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에서 드러난 은행지주의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권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점검하고, 확인된 미흡사항에 대해 개선·보완을 지도할 예정이다. 또 이사회가 회장·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맞서 감시·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제시된 원칙을 중심으로 확인·평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책임 소재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 정기검사에서는 지주와 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도 진행된 만큼 조만간 평가 결과에 따른 등급이 나올 예정이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우리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관련 금융당국 인가 승인에 영향을 미친다.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지만 3등급 이하를 받으면 금융위원회에서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되는 만큼, 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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