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건강이 보험사 경쟁력 1 - 보험업계, 앞다퉈 요양사업 진입
인구구조 변화에 위기감 … 고령화 국가 벤치마크 결과
한국사회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보험업계 발걸음이 빠르다. 보험업계가 꼽은 것은 요양산업. 요람에서 무덤까지, 태아보험부터 종신보험까지 인생의 전 과정에 보험업계의 서비스가 이어지게 한다는 목표다.

◆인구 5명 1명이 노인 = UN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하고 있다. 인구 구조에 따라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ageing society) 15% 이상인 경우 고령사회(aged society)로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중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수는 5121만7221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인구는 1025만6782명이다.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20.03%로 인구 5명중 1명이 노인, 즉 초고령사회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 수요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3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2024년 10월)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수는 143만명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신청자 중 인정받은 숫자 역시 110만명으로 전년 대비 7.7% 늘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수는 94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노인 인구의 10%에 가까운 수치다. 2030년에는 142만명, 2050년에는 31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독거노인 가난한 노인이 들면서 노년층 돌봄은 입체적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8년 이후 요양수요 급증 = 출산률 급감에 따라 보험에 가입할 실제 수요자들이 줄어들었다. 대신 보험금 지급을 기다리는 노년층이 늘면서 보험사로 시름이 깊어졌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전체가 노인이 되는 2028년 이후 요양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지에 몰린 보험사들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여러 국가를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 요양사업이다. 관련 법과 제도가 정비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요양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가입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담보하는 보험업계 본질을 요양사업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양원에 가장 관심 =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요양시설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는 일상생활이 버거운 노인 곁에 보호자가 없는 경우 일정시간 돌봄을 한다.
이에 반해 치매성 질환을 앓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노인복지의료시설(요양원)에 입소한다. 세번째는 실버타운과 같은 노인전용주거시설(노인복지주택)이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2000년 문을 연 경기도 용인 ‘노블카운티’를원조로 꼽는다. 2000년 문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22만㎥ 부지에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기관 등이 유사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최근 가장 활발한 것은 KB라이프생명이다. KB라이프는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7년 서울 강동구에 ‘강동케어센터(주간보호시설)’를 연 이후 노인복지의료시설인 위례빌리지(2019년) 서초빌리지(2021년) 평창카운티(2023년)를 각각 개소했다. 올해에는 은평빌리지(4월)를 시작으로 광교빌리지(9월) 강동빌리지(하반기)가 순서대로 문을 연다. 은평빌리지는 정원 144명 규모인데 이미 190명이 신청했다. 광교빌리지는 이제 막 접수를 시작했다. 위례와 서초빌리지는 대기자만 수백명에 달한다.
신한라이프는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첫 요양시설인 ‘분당데이케어센터’ 문을 열었다. 후속주자들도 있다. 하나생명보험은 지난해 11월 요양전문 자회사 설립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올해 주간보호시설을 개소하고, 내년에는 수도권에 요양시설을 열 계획이다. KDB생명도 경기도 고양시와 광주광역시에 데이케어센터를 열기로 했다.
◆장점 많지만 가격 비싸 = 건강보험공단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요양원은 저렴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국가유공자를 우선 입주한다. 민간보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대기는 필수다. 민간요양원도 전문업체나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기업인 보험사에 대해 비판도 존재한다. 중소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기업 요양시설은 고비용 상품이라 수요가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요양등급에 따라 월 200만~3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5억원이 넘는 보증금에 월 이용료를 수백만원씩 내야 한다. 돌봄을 넘어 상시 의료서비스, 문화강좌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서비스에 따라 월 1000만원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인천에서 요양사업을 하는 조 모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찾는 사람도 있고, 가성비 좋은 동네 커피숍을 찾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요양시설 역시 위치나 서비스 만족도, 지역사회와의 협업, 지불할 비용에 따라 각양각색”이라고 말했다.
요양업계 후발주자로 치뤄야할 부담도 크다. 토지와 건축비 등 초기투자가 상당하다. 보험업계에서는 여전히 수익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노인 대상 사업에서 프리미엄층 규모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초기 사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뒤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건축자재비 등이 급증하면서 새로 요양시설을 신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진 상태”라면서 “사업을 할지, 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 할지 관련 부서들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