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문상호 ‘계엄 소극 참여’ 주장
공판준비기일, “계엄 반대” “명령 따랐을 뿐”
군검찰 “위법성 판단 충분 시간 있어” 반박
‘12.3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운영 등의 혐의를 받는 군 장성이 재판에서 계엄 실행을 주도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 재판에서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을 부인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상관인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군검찰 등 수사에서 밝혔던 체포조 운영에 적극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공판준비기일로 직접 출석 의무가 없지만 재판정에 나와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적극 가담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여 전 사령관은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계엄 반대 소신에도 불구하고 12월 3일 야간 국군 통수권자의 비상계엄 선포 명령을 이행하게 됐다”며 “TV로 생중계되는 짧은 순간에 평생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내란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인으로 지휘관의 명령을 따랐다”며 “그 판단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측 노수철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에 검찰 조사에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향후 재판에서 정리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재판에서 문 전 사령관측 변호사는 “피고인은 정보사 업무만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임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군검찰은 이에 대해 “상관의 명백한 위법·불법한 명령은 직무상 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공무원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 또는 수행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군사령관으로서 계엄 선포 이전부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 선포와 그에 기초한 명령을 알고 있었다”며 “그 위법성을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를 받아 수행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