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건강에 맞게 마시기

커피, 하루 2~3잔 이하로 마셔야…넘으면 독 된다

2025-02-11 13:00:02 게재

카페인 과다로 불면증 신경과민 소화불량 등 유발 가능성 … 개인 체질, 건강 고려한 적당량 섭취 중요

튀르키예 속담에 ‘커피는 지옥만큼 어둡고 죽을 만큼 강하고 사랑만큼 달콤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인 1명이 하루 1잔 꼴로 마시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커피 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커피시장 규모는 2016년 5.9조 원에서 2023년 8.6조원의 규모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삼일PWC에 따르면 2023년 판매액 기준 국내 음료류시장 품목별 비중을 보면 커피 33.7%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런 지표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커피를 애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과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있다. 유튜브 등에는 커피에 대한 ‘찬사’ 혹은 ‘우려’가 뒤섞여 있다. 관련해서 국내외에 나온 연구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개인 각자가 건강에 맞게 슬기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성인이 하루 1잔 이상 꼴로 마실 정도로 많이 애용하는 커피. 식사 후 입가심으로는 물론 갈증 해소로 물 대신 마실 정도로 일상적인 음료가 되면서 커피가 우리 몸에 주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커피가 우리 몸에 주는 좋은 점과 주의할 대목들이 섞어 있어 제대로 알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하루 적당량 뇌 건강에 좋아 =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학과 교수가 확인한 커피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선 커피 섭취가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단기적으로 향상시켜 준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루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축적을 줄이고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와 파킨슨병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동물실험 결과, 커피 속 카페인 성분이 뇌 해마에 발현된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차단해 노화 및 알츠하이머병에서 기억 손상을 둔화시킨다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하루 2잔 초과해 20년 이상 마시면 혈관성 인지감퇴나 혈관성 우울증의 주요 인자인 대뇌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장기간 과량 섭취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암 대사증후군 위험 감소 = 커피 섭취가 암 발병 위험을 낮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매우 많다. 특히 유방암 결장직장암 전립샘암 난소암 췌장암 간경화 및 간세포성암 위암 피부암 구강암 식도암 등의 발병률 감소가 커피 섭취량과 상당히 관계 있다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 디테르펜 커피산 폴리페놀 아로마 헤테로고리 화합물 등 많은 성분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대사증후군은 고혈당 비만 고혈압 등 여러가지 대사질환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영양조사 임상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하루에 커피를 3잔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1잔 마시는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25% 가량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5잔 이상 커피를 섭취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신진대사를 방해하지만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는 신진대사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제공한 커피 관련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도 커피를 즐겨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 교수팀이 고혈압환자 943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사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커피 섭취 집단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이 각각 15%, 17% 낮았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거나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도 고혈압환자가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문제 없다”고 밝혔다.

◆과다섭취 시 불면증 심뇌혈관 위험 =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정보에 따르면 카페인을 섭취하면 잠에서 깨고 몸에 활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신체에 쌓인 피로가 근본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뇌 신체가 각성한 결과이다. 카페인은 우리 몸 안에서 심박수를 증가시켜 체내 흥분 상태를 일으킨다. 나아가 수면 유도 작용을 하는 뇌 아데노신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한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하루 평균 3잔 이상을 20년 이상 마실 경우,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송과선’이 위축되며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와 이에 따른 신경과민의 위험을 높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심뇌혈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다하게 커피를 섭취할 경우 뇌혈류를 감소하고 혈압이 증가하면 관상동맥 심장질환, 심장부정맥, 뇌졸중 등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카페인과 혈액 속 콜레스테롤 양을 높이는 커피콩의 지방 성분인 디테르펜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폐경기 여성 건강 주의 필요 = 여성의 경우 하루 2잔 이상 커피를 섭취하는 경우 카페인이 체내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오랜 기간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또는 하루에 자주 커피를 마신다면 시간이 흘러 노년기에는 골다공증에 따른 골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이 주로 찾는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카페인 함량이 최소 100mg에서 최대 285mg에 이른다. 커피를 두잔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훌쩍 뛰어 넘게 된다.

물론 골다공증은 체질이나 음주 등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커피로 인해 골다공증이 더 증가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여성들의 커피 소비량이 높은 편이고 특히 폐경기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이 남성보다 커지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커피 종류. 사진 이미지투데이

◆아동청소년은 성장발달 고려 섭취 피해야 =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칼슘과 칼륨 등 손실을 일으키고 아연 흡수를 방해해 성장과 발달, 면역반응, 생식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카페인에 대한 신체 반응이 예민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를 비롯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의 경우 하루 400mg,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kg)당 2.5mg 이하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하루 3잔 이하 여성은 2잔 이하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따르면 커피는 암과 대사증후군, 퇴행성 뇌질환 예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면장애 ●심뇌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커피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복용한다면 커피 양을 줄이거나 대체 음료를 찾는게 바람직 할 수 있다. 또 커피가 수면에 미치는 시간은 짧게는 최소 6시간, 길게는 12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으므로 수면장애가 없는 성인은 저녁 이후, 노인은 오후 이후에는 커피를 삼가는 것이 좋다.

◆카페인 과다 섭취시 중독 위험 = 카페인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물질관련장애’를 구성하는 10가지 약물 중 하나다. 과다 복용할 경우 중독 후유증에 빠질 수 있다.

안명희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카페인은 ‘적절한 양을 섭취할 때만’ 그 장점을 발휘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체계에 따르면 보통 250mg 이상(아메리카노 2잔 정도)의 고용량 섭취 후 △안절부절 △신경과민 △흥분 △불면 △안면홍조 △이뇨 △위장관장애 △근육연축 및 기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나타난다면 카페인 중독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섭취하던 카페인을 끊거나 상당량 줄이면 24시간 이내에 두통이나 현저한 피로나 졸음, 불쾌한 기분 혹은 과민성, 집중력 저하, 독감 유사 증상 중 3가지 이상의 카페인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금단 증상은 규칙적인 일과를 벗어난 주말이나 휴가를 보낼 때 혹은 임신 등으로 카페인 음료를 제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하루 이상 카페인 섭취를 중단한 사람 중 11%는 두통과 함께 1가지 이상의 증상과 금단으로 인한 기능 손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카페인을 섭취하면 금단증상은 1시간 내로 사라진다. 일정 시간 지나면 금단 증상은 사라지게 되니 그 기간 동안 대체 음료를 찾으면 도움이 된다.

안 교수는 “적절한 카페인 사용은 활력을 줄 수 있고 졸음과 피곤함을 줄일 수 있다”며 근무 중에 커피를 활용한 방법을 소개했다. 2014년 영국 러프버러 수면연구센터에서 ‘커피를 마신 후 20분 정도 짧은 낮잠의 효과’를 살펴봤다. 오후의 피로감을 개선하는 낮잠에 더해 커피를 한잔하면 개운함과 커피의 각성 효과를 더한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정보에서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과하면 나쁘게 작용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커피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의 특성이나 체질에 맞춰 적절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권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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