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8곳 불법 자전거래 중징계…교보증권 일부 영업정지 1개월
KB·하나·미래에셋·유진·한투·유안타·NH투자증권 ‘기관경고’
금감원 ‘영업정지’ → 금융위 ‘기관경고’ 제재 수위 낮아져
채권 돌려막기 등 불법 자전거래로 특정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 계좌로 전가시킨 증권사 9곳 중 8곳이 중징계, 1곳은 경징계를 받게 됐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안건 소위원회는 전날 증권사 9곳에 대한 징계 심의 결과 교보증권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1개월을 결정했다.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SK증권은 경징계인 기관주의로 의결했다.
금융감독원이 9곳 중 8곳을 일부 영업정지, 1곳을 기관경고로 의결했지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교보증권(영업정지)을 제외한 8곳에 대해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췄고, 금융위 안건 소위는 증선위 의결안을 대부분 유지했다. 제재절차는 금감원과 증선위, 금융위 안건 소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마무리된다.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안건 소위원회 결과가 사실상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12월 검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14개월 만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에 대해 3~6개월의 일부 영업정지, NH투자증권은 일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은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고객과의 1대1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과 관련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벌였으며, 일부 운용역들이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보증권은 불법 자전거래에 자사에서 설정한 펀드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당국은 혐의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무겁다고 판단,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증선위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금융위 안건 소위원회에서는 징계 양정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열린 안건 소위원회에서는 증권사들이 출석해 금감원 검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에서는 혐의가 무거운 일부 증권사에 대해서는 차등화해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권사들의 고의적인 위반이라기 보다는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이뤄졌고, 다른 고객들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 신규 인허가 중단과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2·3 내란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다만 금융위 안건 소위원회는 증선위에서 크게 깎인 과태료를 더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감원은 9개 증권사에 과태료 약 400억원 부과를 결정했지만 증선위는 감경률 50%를 적용해 약 200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안건 소위원회는 감경률을 30% 적용, 과태료 부과 규모는 3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증권사에 따라 20억~40억원 가량의 과태료 부과가 예상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