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억원 ‘무차입 공매도’ 홍콩 HSBC 무죄

2025-02-12 13:00:03 게재

법원 “자동 주문, 범행 인식 못 해”

트레이더 등 다른 재판 영향 전망

150억원대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유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SBC 홍콩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매도 주문이 해당 회사 잔고관리시스템에 따라 자동 제출되는 구조로 소속 트레이더들이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범행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HSBC 법인이 우리나라 현행법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점은 인정했지만 문제가 된 직원들이 회사 대표 등과 공모해 규제 위반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매수주문을 넣은 것만으로는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주문이 제출된 것만으로 기수(범죄 성립)에 이른다고 보고 기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재판부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반드시 차입을 확정짓고 금융거래를 해야 하는 데 피고인 은행은 사후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이와 관련 과징금을 부과받고 납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동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며 “법원도 노력했지만 피고인들이 홍콩 등에 거주하는 이유로 재판 진행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트레이더들에 대한 조사없이 양벌규정으로 법인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법원은 무차입 공매도 처벌 규정 신설 이후 첫 재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불법 공매도 수사팀’은 지난해 3월 HSBC홍콩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이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총 9회에 걸쳐 HSBC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 31만여주(시가 157억원)를 매도해 시장을 교란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불법 공매도 배후에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A 법인과 외국계 자산운용사 B 법인, 소속 트레이더 C씨를 2만5000여회(시가 183억원)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무죄 판결 이후 입장을 내고 “HSBC 법인 차원에서 운용하는 잔고관리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소속 트레이더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HSBC측은 “HSBC 홍콩으로서는 한국의 공매도 법규를 위반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이번 일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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