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단전단수 쪽지, 집무실서 봤다”

2025-02-12 13:00:03 게재

이상민 ‘윤 탄핵심판’ 7차 변론서 증언 … 윤 대통령 지시는 부인

백종욱 “부정선거 확인 안했다” … 김용빈 “부정선거론 이해 안돼”

헌재, 한덕수 총리 등 증인 채택 안해 … 13일 증인신문 마무리할듯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헌법재판소 7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국무회의의 정당성을 비롯해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단전단수 쪽지를 봤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으며, 소방청장에게도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모두 ‘부정선거는 확인된 바 없다’고 증언했지만, 윤 대통령측 대리인들은 증인 추가 신청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헌재는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을 열고 4명의 증인신문을 마쳤다.

◆“단전·단수 지시 없었다” = 이날 이상민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의 전기·물 공급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이와 관련해 지시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만류하러 들어간 자리에서 짧게 1~2분 머무를 때 잠깐 얼핏 보게 됐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했다.

◆윤 “계엄 관련 문서 사후결재할 수 있다 생각” =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었던 국무회의에 국무위원들이 서명하는 부서나 회의록 작성과 관련한 절차적 위반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견진술 기회를 얻어 국무회의 문서에 부서(국무위원들의 서명) 절차가 생략된 과정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부서(주체)는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 대통령인데 사실 부속실 실장이 일단 만들어놓고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작성 권한과 책임이 국방부에 있으니 국방부에서 결재가 올라오는 게 맞는다’라고 했는데 국방부에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반드시 사전에 (부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보안을 요하는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사전에 (결재를) 요한다면 문서 기안자인 실무자가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전자결재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록 작성과 관련해서는 “12월 6일 행안부에서 국무회의록을 작성할 테니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 해서 대통령비서실에서 10일 다 보내줬다”며 “그 문서 작성 책임과 권한은 행안부”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불가능” = 이날 변론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증인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측 증인으로 나온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은 선관위 시스템을 점검한 것이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회측 증인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도 ‘부정선거’는 이해 안가는 주장이라며 부정선거는 없었고 했다.

백 전 차장은 이날 국회 대리인이 선거 부정 발생 가능성을 묻자 “부정 선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그것은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측 질문에도 “점검은 시스템에 국한했기 때문에 당시 이슈가 되는 부정 선거와 연결된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다”며 점검한 것만으로는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2023년 7~9월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 취약성이 발견됐고 외부 해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보안 컨설팅(점검) 관련 부분에서 부정선거 시비의 논쟁거리가 나오는데, 컨설팅 이후 서버를 개선했고 국정원으로부터 이행 점검도 받았다”며 현재 윤 대통령측에서 문제 삼는 보안 취약성(21대 총선 관련)은 이미 없어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22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느냐’는 국회측의 질문에, 김 사무총장은 “당연히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선거 논란을 가져오려면 시스템 개선 후 22대 총선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덕수 증인신문 필요성 부족 판단” = 한편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 심판의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달라는 윤 대통령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변론에서 “재판부 평의 결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겸 사령관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 신청은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기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인천 연수을 선거구의 사전·당일 투표자와 선거인 명부상 투표자의 숫자가 일치하는지 대조해달라는 윤 대통령측의 검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은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과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에 대한 윤 대통령측의 증인 신청은 “평의를 거쳐 채부(채택·불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헌재는 13일 8차 변론기일에서는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날 신문하기로 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현재까지 예정된 변론은 13일 8차 기일이 마지막이다. 헌재가 증인을 추가로 부르지 않으면 1~2회 안에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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