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보이스피싱 수거책, 공범 처벌”
1심 유죄→2심 무죄→대법 파기환송
“전체 범행 방법 몰라도 범죄 성립”
아르바이트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구체적인 범행방법 등 범행의 전체를 몰랐더라도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보이스피싱범죄 조직원과 공모해 은행에서 발부한 것처럼 ‘완납 증명서’를 위조하고, 해당 문서를 피해자에게 교부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2022년 3월부터 4월까지 총 5명의 피해자로부터 1억2110만원에 달하는 돈을 편취한 뒤 이를 다른 보이스피싱범에게 송금한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건 편취액이 1억2110만원에 이르러 피해가 상당하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단계의 세부적 범행계획을 전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과의 의사연락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그들과 일체가 되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구직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로 취업했고,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봤다. 특히 만 16세에 출산하고 출산 후 50일만에 아이의 친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홀로 아이를 양육해온 A씨의 개인적 사정도 고려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범죄가 각각 분담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