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응용기술 개발에 AI 선진국 길 있다

2025-02-13 13:00:02 게재

한국의 인공지능(AI)기술 수준은 AI산업 주요국에 포함될 정도로 발전했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6위.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뒤를 잇는다.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등에 앞섰다. AI개발이나 정부전략 인프라 등은 우수하다는 평가다. 다만 AI제도 등 운영환경은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환경은 AI관련 법안 수 등이 측정기준이다.

하지만 AI 혁신 성장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유니콘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거의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집계한 상위 100개 유니콘기업 가운데 21곳이 AI기술·서비스·솔루션 등 제품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별로는 미국 18개, 중국 2개, 오스트리아 1개 업체였다.

AI분야 상용화 정도가 낮아 시장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자본력 있는 미국에 AI 유니콘 기업이 포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파워, 최첨단 칩제조 기술, 성능이 뛰어난 칩에 대한 접근권 등 미국 기업들이 앞서 있을 만한 조건들이 무수하다. 이번 조사 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면서 우리나라 첫 유니콘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는 했다.

딥시크 충격이 한국경제에 던지는 시사점

이같은 여건 속에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AI기술을 개발하려는 이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 중국 딥시크의 등장이다. 성능이 뛰어난 칩(H100)을 사용하지 않았고 전체 비용도 오픈AI의 GPT-4o 개발비(1억달러)의 1/17로 알려져 있다. 실제 비용은 조금 더 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교불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 국내파 젊은 인재들이 이 모델을 만든 점이다. 딥시크 설립자는 저장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량원펑이다. AI천재소녀로 알려진 뤄푸리도 베이징대 출신이다. 연구인력 180명 대부분 중국 국내파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다른 업체에서 AI를 연구중인 한 개발자는 “딥시크의 성공은 빅테크기업 외에도 적정수준의 AI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전환을 가져왔다”며 “특정모델을 최적화하는 AI응용기술 활성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딥시크 출연(R1)의 핵심은 기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첨단 추론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더 작은 범위(도메인)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모델 소스가 공개된 터여서 작은 모델의 특정 작업에 최적화할 수 있다. 게다가 개발인력 대부분이 국내파란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가 AI 기술 성숙도와 잠재력 수준은 2군으로 분류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 5개국을 AI선도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은 호주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등과 함께 AI 안정적 경쟁국가에 포함됐다.

이런 현실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AI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지만 당장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응용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코트라가 지난 연말 엄선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한 스타트업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는 쓰레기 중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만을 골라내는 로봇을 선보였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에이엠피 로보틱스다. 이곳에서 개발한 시스템 로봇은 분당 최대 15개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다. 로봇 두뇌엔 에이엠피 AI가 작동한다.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률은 87.6%에 이를 정도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쓰레기 분류 배출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활용 선별장으로 이동한 쓰레기 가운데 절반은 탈락한다. AI를 이용한 분류기술이 한국에서 잠재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서울 도봉구 자원순환센터에서 AI 로봇을 투입해 쓰레기 분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AI기술을 응용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신기술 경쟁력 높이는 데 집중할 때

올해 경제기관이나 민간단체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대부분의 업종이 부정적이다. 조선이나 식품 화장품 정도만 호실적이 예상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신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표적 미래신기술인 AI와 로봇분야는 노동 공급 부족, 생산성 둔화, 신성장동력 상실 등 우리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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