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봉’ 취급 당하는 K-소비자

2025-02-13 13:00:01 게재

해외고가품 회사들이 그랬다. 지난해 말엔 국내 한 제과업체도 그렇게 처신했다. 올들어 미국계 대형마트마저 따라했다. K-소비자를 대하는 ‘예의 없는 태도’ 얘기다. 이들은 한국소비자를 어수룩해 이용해 먹기 좋은 ‘봉’ 취급했다.

해외고가품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는 너무하다 할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제품가격을 올린다. 그래놓곤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받는다. 물론 이유나 변명조차 내놓지 않는다. 한국에선 ‘늘 그랬으니 그렇게 한다’는 식이다. 수천억원씩 매출을 올려주는 한국에 기부금도 잘 안낸다.

국내 대표 제과업체 오리온도 최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를 중심으로 13개 제품값을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10%지만 일부제품은 20%나 인상했다. 오리온은 앞서 지난해 3월 “올해(2024년)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번에 “기상이변으로 카카오 등 원재료값이 급등해 (가격인상이)어쩔 수 없었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너무나 쉽게 ‘식언’ 한 꼴이었다.

한국 대표 제과업체 오리온이 이 지경인데 미국계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입장에선 거칠 게 없었을 게다. 코스트코 한국법인 코스트코 코리아는 회원 연회비를 5월부터 최대 15%까지 올리기로 했다. 2016년 9월 이후 9년 만이다. 코스트코는 앞서 지난해 9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회비를 올렸다. 인상률은 8%대 수준이었다. 미국서 올렸으니 당연히 한국도 올려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지난해(2023.8~2024.9) 코스트코 코리아 매출은 6조5300억원, 영업이익은 2186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나라별 사정은 고려치 않고 미국보다 훨씬 더 높게 회비를 올린 셈이다. 당연히 한국소비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왔고 고객이탈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코스트코는 그러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급변하는 영업환경과 비용상승에 따른 정책변화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뭐가 문제냐’며 갈 테면 가라는 식이다. ‘무시하기’ 전략으로 비쳐질 정도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K-소비자들이다. 맵기로 소문난 K-푸드를 먹는 K-소비자답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입에 발린 변명이라도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세계 소비시장 유행을 이끄는 K-소비자가 국제적인 ‘봉’이 될 순 없지 않은가.

고병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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