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에 포화…‘통합행동’ 요구에 ‘정체성’ 공격까지

2025-02-14 13:00:18 게재

포럼 등 플랫폼 만들고 ‘조기 대선’ 준비, 공격 강도 높여

김부겸 “당 정체성 일방적으로 바꿔선 안돼” 일극체제 비판

친명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 불쾌감 드러내

비이재명계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다양성을 보장하고 통합의 행동을 보여 달라는 주문과 함께 당내 팬덤 문화와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민주당 정체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이에 친이재명계에서는 “대체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며 구체적인 요구를 주문하는 등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에 인사말하는 김경수 전 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14일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KBS라디오에 나와 “지금 당을 책임지고 있는 이른바 주류가 먼저 손을 내밀고 품을 넓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건 역대 정당의 경험인데 현재의 민주당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품을 크게 해서 세력을 많이 모은 쪽이 늘 대선에서는 승리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당의 민주성, 다양성, 포용성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 대표께서 스스로 이해를 하시고 또 그런 고민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서도 “당의 정체성이라고 할까, 당의 본질을 규정하는 정책 같은 것을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그 부분은 분명히 그렇게 당이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그러면 관련 전문가라든가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서 그분들과 토론하고 그 다음에 변경하는 과정 자체를 국민들이 지켜볼 것 아니냐. 그걸 통해서 국민들이 상황을 납득하고 또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런 방식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 조율 중인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는 “민주당의 어떤 정신이나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목소리들이 못 나오는 분위기, 또 포용성이 없어진 분위기를 고치도록 해야 이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서 적절한 시점에 완료를 하자(고 할 것)”라고 했다.

이는 전날 이 대표와 가장 먼저 회동에 나선 비명계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 지사는 이 대표에게 “더 넓고 강력한 민주주의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힘을 합할 수 있는 모든 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정당시스템, 정당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며 “온라인 중심의 소통구조는 극단화로 가기 마련이다. 당원들이 중심이 돼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공간을 대폭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친노 인사인 이광재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제시한 ‘주 52시간 예외 확대와 전 국민 25만원 지급’에 대해 “정신 좀 차리자, 정도를 가자”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김대중·노무현의길, 즉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중도 개혁의 길을 확고히 가야 한다”며 “정책은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이 결정되면 실천하고 변경 사유가 생기면 당원과 국민에게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며 “이론 없는 정책은 허구다. 정책 없는 정치는 영혼이 없는 정치”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이재명의 민주당’ 등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전날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더 큰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측은 다소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 친명계 인사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통합을 보여 달라는데 구체적으로 당직을 달라는 것이냐, 당 체계를 어떻게 해 달라는 것이냐. 이 대표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며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용 이유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실제로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와 만나 “민주당이 더 크고 넓은 길을 가야할 것 같다”며 “내란 극복을 위해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비명계는 이 부분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통합 행보로 김 전 지사 뿐 아니라 역시 포용을 주문한 김 전 총리,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이들이 흡족할 만한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명계는 각종 포럼을 출범시키며 조기대선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이 이날 넥스트코리아 포럼 출범식을 갖고 비명계 주자들 간 연대의 틀을 만들기 위한 ‘희망과 대안 포럼’이 오는 18일에 출발할 예정이다.

친명계 모 인사는 “조기대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각 인사들이 구체적인 방안 등을 갖고 등판해 경쟁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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