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범죄 최대 ‘무기징역’
대법원 양형위 공청회 … 보이스피싱범죄도 무기징역 가능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범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상향될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 법률 전문가들이 전세사기 등 각종 사기 범죄의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7일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양형 기준안에 관한 제20차 공청회’를 열어 수정된 사기 범죄 양형 기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는 박소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정유철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박중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방청했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1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 이는 2011년 설정·시행됐는데,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다. 이에 양형위는 지난해 4월부터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마련했다.
양형위는 수정안에서 이득액 300억원 이상 일반사기와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7년으로 상향하면서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 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도 징역 11년 이상이었던 가중영역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이날 박소현 입법조사관은 공청회에서 “양형요소에 차이가 없는 한 큰 양형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도 양형기준을 규범적으로 조정하여 사기범죄에 대하여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정유철 변호사는 공청회에서 수백명의 피해자를 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을 언급하며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경우에도 피해자별 이익액이 5억원 미만의 경우 특정경제범죄처벌법이 아니라 일반사기 경합범으로 의율하게 돼 있다”며 “그 법정형이 징역 15년에 불과하다는 실정법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 범행, 비조직적 범행이라도 불특정·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경우 조직적 사기의 수준으로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현행 ‘조직적 사기’ 유형을 ‘불특정·다수대상 사기’ 유형으로 변경하자”는 의견도 냈다.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건축왕’ 남헌기씨는 지난해 2월 1차 기소 사건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고,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인간 생존을 위한 주거생활 안정을 파괴하고,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부족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기죄 형량에 대한 개정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중욱 부연구위원은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등 서민 주거용 부동산 관련 계약에서 사기의 공포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신종 사기 범죄 피해자의 피해금 환급은 매우 어렵다. 새로운 행위태양(행위의 모습)과 형량 범위 기준인 피해액의 적정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양형위는 이날 논의된 의견을 검토한 뒤 3월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사기범죄의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