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하자·의원체포 지시’ 드러나나
헌재, 10차 변론서 한덕수·홍장원·조지호 증인신문
‘윤 탄핵심판’ 막바지 … 다음 주 변론 종결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 10차 변론 증인신문에서 계엄 절차의 하자와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은 12.3 계엄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입증하는 핵심 진술을 이미 검찰이나 국회, 헌재 등에서 내놓았다.
◆한덕수 총리, 국무회의 부당성 증언 주목 = 헌재는 20일 오후 3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우선 오후 3시 시작하는 한 총리 증인신문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부당성에 대한 증언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윤 대통령측은 한 총리가 국정 2인자로서 계엄 전 국무회의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 감액 예산안 등 국정 마비로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총리는 수사기관에서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사실상 사람이 모였다는 것 말고는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였다”고 부정적인 취지로 답했다.
국회측도 한 총리를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는데, 해당 국무회의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 체포 명단 진실도 가려지나 = 오후 5시부터는 이미 한 차례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왔던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그는 윤 대통령측에 의해 다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선 윤 대통령의 ‘싹 다 잡아들여’ 지시와 함께 정치인 체포 명단이 적혀 있는 ‘홍장원 메모’를 두고 진실게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은 앞선 출석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체포 명단’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고 방첩사령관이 물을 이유도 없다며 홍 전 차장의 진술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에게 연락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계엄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간첩’ ‘인원’ 논란도 일었다.
홍 전 차장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로 꼽혔지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13일 열린 8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과 어긋나는 진술을 하면서 메모와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조 원장은 당시 메모가 4가지 종류가 있으며, 메모 작성 시간에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며 홍 전 차장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헌재 5차 변론에 출석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공개하고 폐쇄회로(CC)TV도 공개하자고 언급하는 등 윤 대통령측 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지호, 의원 체포 지시 증언 관심 = 건강상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던 조 청장도 이날 마지막 증인으로 나온다. 국회측과 윤 대통령측 모두 조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한다.
조 청장은 다시 증인으로 채택되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 9차 변론에서 구인영장을 발부한 이후 입장을 바꿔 출석 의사를 밝혔다.
조 청장에 대한 신문에선 국회 봉쇄 지시와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조 청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6차례 전화를 받았고 모두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하는 내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지난 18일 헌재 변론에서 국회측이 공개한 조 청장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또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며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윤 대통령측은 또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이후 철수를 지시했다고 했지만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없어 국회 봉쇄를 해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등 윗선의 지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지휘하던 경찰관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됐으니) 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 인력을 철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진술도 담겼다. 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부장판사 등 15명의 체포명단을 불러줬고, 다시 연락해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조 청장의 진술 역시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과 배치된다.
한편 헌재는 이날 추가로 증인을 채택하지 않으면 증인신문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나온 주요 증언과 사실관계 정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중 변론을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선고는 3월 중순쯤이 될 전망이다.
김선일·구본홍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