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피싱 예방앱 ‘시티즌코난’ 유경식 인피니그루 대표
“피싱범죄, 기관 간 공동 대응 필수”
48만건 탐지, 경찰·은행 통보 ‘국민앱’
이상금융거래방지시스템에 AI 결합

유 대표는 디지털 금융사기범죄의 90%는 악성앱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기꾼들은 피해자가 돈을 이체하도록 할 때 자신들이 설치한 악성앱을 먼저 지우도록 한다. 이렇게 송금하면 금융사는 비정상거래를 잡을 수 없다.
“금융사기는 이제 개인이 조심한다고 될 상황을 넘어섰다”고 말하는 유 대표를 지난 18일 만났다.
개발자 출신인 유 대표는 지난 2015년 이상금융거래방지시스템(FDS)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인공지능(AI) 기술을 FDS에 결합해 주목을 받았고 악성앱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보안앱 ‘피싱아이즈’를 개발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먼저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악성앱이 깔린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설득하는데 이보다 좋은 앱이 없다”고 했다. 전국 경찰에서 연락이 이어졌고, 핵심 기능만 넣어 피싱아이즈보다 더 빠르게 악성앱을 탐지할 수 있는 시티즌코난이 그해 9월 탄생했다.
국민앱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시티즌코난은 지금까지 누적 640만건이 다운로드 됐다. 피싱아이즈 120만건까지 포함하면 760만건이나 된다. 악성앱 탐지 등 범행을 예방한 건수도 48만건에 달한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건수는 13만건이다. 2024년 피싱아이즈(시티즌코난 포함)가 탐지한 악성앱은 12만2000건(명)이나 된다.
유 대표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건당 2500만원이라는 통계에 비춰보면 약 5조7000억원의 피해를 사전예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인피니그루는 경찰청장·경찰대학장 감사장 표창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R&D) 지원사업 우수성과 기업에 선정됐다. 2023년에는 서울시장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범죄를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기술로 방송 등에 소개될 때마다 가입자가 증가했고 서버에 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무료 앱인데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나
공익적 관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용자가 늘면서 서버 운영 부담으로 중간광고를 일부 받기 시작했다. 피싱을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기관·금융사와 제휴해 비용을 받고 있다.
●시티즌코난 앱이 왜 인기인가
우리의 인앱 기술은 금융사의 앱(마더앱)이 구동되지 않을 때도 악성앱과 원격제어앱을 탐지해 금융사에 실시간 전송·공유한다. 이런 독립구동형 상시감시기술은 특허도 냈다.
●진화하는 피싱범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피싱범들은 피해자가 ARS(전화자동응답)나 인터넷PC로 대출받도록 하고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나 창구에서 현금을 찾도록 한다. 명의를 도용한 알뜰폰으로 범행하면 금융기관이 피해를 포착하기 어렵다. 개인만 조심한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
개인은 보안앱을 설치해야 하고 금융기관은 개별 대응에 벗어나 공동대응해야 한다. 우수한 공공앱이 많은데 10대 공공앱에 보안앱을 인앱으로 깔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