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중점검찰청’이 흔들린다

2025-02-25 00:00:00 게재

1년 사이 부장검사 3명 이직·사직 의사

“좋은 보직 뒤 이직, 취업사관학교 되나”

금융범죄중점검찰청인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금융수사 부서장들이 1년 사이 3명이나 사직 또는 이직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가 뒤숭숭하다. 금융수사부서가 ‘취업사관학교’ 돼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와 검찰에 따르면 공준혁 전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부장검사)이 지난 10일 부산고등검찰청으로 발령났다. 이에 앞서 공 전 부장은 이달 7일 사내망에 “개인적 사정으로 검찰을 떠나게 됐다”고 사직의사를 밝혔다.

공 전 부장은 올해 1월의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직을 추진하면서 한 대형 로펌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사에 진척이 없자 해당 로펌을 언급하는 글을 검사들 대화방에 올렸다가 구설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은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공 전 부장을 인사이동했다. 거론된 로펌은 영입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고 영입을 거절한 바도 없다고 밝히면서 “해당 발언은 해프닝 정도로 끝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구설에 오른 것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대검은 진상조사와 관련해 “감찰부 담당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공 전 부장은 다음 달 초까지 연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3일에는 장대규 전 금융조사2부장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의사를 밝혀 의원면직 처리됐다. 지난해 6월에는 권찬혁 전 금융조사1부장이 사직 후 그해 10월 법무법인 에프앤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부지검 한 검사는 “선호부서에 있던 분들이 이를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특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남부지검에 근무했던 한 부장검사는 “합수부는 금조1·2부보다 인원도 많고 무게가 있어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직은 계산을 빨리한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본인이 나가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그걸 활용해 변호사로 가는 것은 안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직하더라도 최소한 오해 없이 나가는 게 공직자의 예의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수사부 이직 논란 이어져 = 남부지검은 지난 2015년 2월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금융범죄수사부서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검사 9명)를 비롯해 금융조사1·2부(검사 각 7명, 6명)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검사 7명) 등이 있다.

특히 합수부는 2020년 1월 문재인정부때 해체됐다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정식직제로 부활했다.

지난 2023년 5월에도 테라·루나코인 사건을 수사한 합수부 검사가 퇴직 후 해당 사건을 맡은 로펌에 취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때문에 남부지검에 로펌 접촉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검 간부는 "승진 누락돼 나가거나 1~2번 다른 일을 했다가 나가면 모르지만 선호 자리에 있은 뒤 이직하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개인의 선택을 비판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수부장 출신의 고검 검사는 “선호하는 자리에 갔던 사람들이 바로 나가는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조직이 비전을 주지 못하니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몸값 좋을 때 나가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나”라며 “금융사건을 경험한 그 기수의 검사들을 법무법인이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합수부장은 안창주 전 대검 인권감독담당관, 금조2부장은 김수홍 금조1부장이 직무대리하고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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