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품 소유자, 밀수 주도해야 처벌 가능”

2025-02-26 13:00:36 게재

1·2심 징역형 집유 … 대법, 파기환송

“밀수 관여 안 했으면 처벌 어려워”

밀수품의 소유자여도 실질적으로 밀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관세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수입한 물품이 밀수입으로 판별됐더라도, 무조건 수입화주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관세법위반, 의료기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문신 용품 수입·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중국업체로부터 4회에 걸쳐 약 8750만원어치의 문신 용품 9만7300여점을 수입하면서 통관 목록에 기재하거나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수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구매대행업체에 문신 용품 구매대행을 의뢰했고, 대행업체가 물품을 구매해 국내로 반입해 A씨에게 배송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법은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876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피고인은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해외 물품을 구입한 것이고, 해당 업체에서 수입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물품을 배송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이 관련법에 명시한 ‘수입화주’라고 할지라도, 실제 밀수에 관한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처벌조항의 주된 취지는 수입 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있고, 관세수입의 확보는 부수적인 목적”이라며 “처벌대상은 ‘통관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입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조항 문언 내용,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그 과정에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지배해 실질적으로 수입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실질적인 수입행위자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물품의 수입 경위, 실제 수입 내지 통관 절차나 과정에 지배 또는 관여한 방법과 그 정도, 관세의 납부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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