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날리는 하천변에서 ‘물멍’ ‘산멍’

2025-02-27 13:00:49 게재

주민 휴식·여가공간 조성하고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도 기대

“화장실은 있어요? 어르신들이 그걸 가장 궁금해해요.” “설치합니다. 걱정 마셔요.” “요새 맨발걷기가 유행인데 황톳길도 조성하면 어떨까요?” “공간이 비좁아서 그것까진 어려워요. 대신 황톳길은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있잖아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우이천 인근. 동네 주민들이 이순희 구청장을 만나자마자 한창 진행 중인 공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현장 바로 앞에서 사는 김계숙(76)씨와 권정순(70)씨다. 권씨는 특히 ‘주민참여감독관’까지 맡고 있어 주민 입장에서 공사와 관련한 불편부터 혹여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지 살피는 중이다. 두 주민은 “조감도를 보니 실감이 난다”며 “벚꽃 필 때 우이천이 참 좋은데 테라스까지 더해지면 꽃그늘 아래서 물을 보고 산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 입을 모았다.

이순희 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우이천 수변 테라스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이천 수변 테라스 조감도 사진 강북구 제공

◆2층 테라스에서 북한산 조망 = 27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우이천 수변 활력거점’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한다. 북한산에서 발원해 성북구에서 중랑천과 합쳐지는 우이천에 조명 명소인 테라스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에게 여가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이천을 즐기는 시민들을 인근 백년시장과 수유리 먹자골목을 비롯해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일대 상권으로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우이천은 강북구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북한산 만경대계곡과 소귀천계곡에서 출발한 물줄기가 도심을 관통하면서 자연스레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산책이나 운동 등을 하면서 천변 공간을 활용하고 있고 구는 매년 봄 벚꽃이 만개할 즈음 인근 골목상권과 연계한 동네잔치를 연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물길에 연접한 테라스를 조성해 곧 선보인다. 우이교와 수유교 사이, 백년시장과 수유리먹자골목 끄트머리에 2층짜리 건물을 짓고 우이천과 북한산을 조망하는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구 관계자는 “우이천을 찾는 주민들을 인근 상권으로 유입시키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서울시 수변감성도시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35억원을 확보했다”며 “벚꽃행사 맥백축제 등 지역축제와 연계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힐링과 문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희 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우이천 수변 테라스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이천 수변 테라스 조감도 사진 강북구 제공

건물형 테라스는 428.26㎡ 규모인데 이를 통해 실내공간 300㎡가 생긴다. 당초 인근에 도서관이 없는 점을 고려해 북카페 형태도 고민했는데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쉼터로 꾸미기로 했다. 1층은 필로티 형태로 지어 아이들이 물길을 느낄 수 있는 ‘촉감계류’를 조성하고 벽천에 조명과 영상을 추가할 계획이다.

주민들 관심과 호응도 크다. 수유교와 우이교를 지나는 보행자들이 조감도를 다시 확인할 정도다. 지난해 말 ‘2024년 내 삶에 힘이 되어준 강북 10대 뉴스’를 선정했는데 테라스 조성을 비롯한 ‘우이천 관광명소 활성화 및 환경개선’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정순씨는 “당장 우이천변 산책로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주민들도 있는데 사실상 기대가 훨씬 크다”며 “우이천변이 전반적으로 심심한 느낌이 있었는데 테라스가 완공되면 느낌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 삶에 힘이 된’ 정책 1위 = 강북구는 현재 78% 가량 진행된 공사를 서둘러 벚꽃이 필 즈음에는 외부공간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부 공간도 5월이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이면 산책로는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우이천 수변테라스는 주민들에게 휴식과 여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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