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환율, 하반기 소비자물가 끌어 올린다”

2025-02-27 13:00:55 게재

한은, 환율의 물가전가 효과 분석

장·단기 전가 폭 다르게 영향 미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비상계엄 선포 등으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소비자물가에 상당기간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급등했던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져도 물가에는 장기와 단기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변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우선 환율 변동에 따른 장기와 단기간 물가 전가 효과를 도출했다.

패널 고정효과 모형분석에 따르면, 환율 변동률이 10%p 상승한 이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7%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초반 3개월인 단기에는 물가 전가효과가 0.28%p에 이르고, 이후 4~12개월 수준의 장기 전가 효과는 0.19%p로 측정됐다.

물가 전가효과가 장기보다 단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러한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물가 전가는 약 9개월이 지나면서 정점을 보인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과 같이 환율이 급등해 3개월 이상 유지되면 단기 효과가 0.31%p, 장기 효과가 1.30%p로 오히려 장기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가격을 동결하던 기업들이 고환율 장기화로 뒤늦게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환율의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편 보고서는 환율 변화의 품목별 영향도 분석했다. 환율 변동 이후 3개월 내에 물가가 움직이는 품목 45개를 단기 민감품목으로 분류했다. 이밖에 9개월 동안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품목 73개를 장기 민감품목으로 했다.

이를 기초로 각 품목의 가격을 가중 합산해 단기 민감물가와 장기 민감물가를 산출해 두 지표의 흐름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환율 급등기에는 단기 민감물가가 크게 오르 내리는 반면, 장기 민감물가는 등락폭이 훨씬 작으면서도 시차를 두고 오랫동안 환율의 영향을 받았다.

보고서는 “앞으로 환율이 다소 하락해도 그간 환율이 급등했던 것이 올해 하반기에도 잠재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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