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재판관 임명시 변론갱신 변수
형사소송규칙 개정으로 절차 간소화 가능
헌재 관계자 “재판관 법리 검토 통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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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제 66조(결정의 내용) 2항은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최상목 권한대행)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 대행이 마 재판관을 언제 임명할지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이 없어 임명 시기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최 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 임명할 경우는 8인 체제에서 선고가 내려지게 된다. 하지만 선고 이전에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다.
먼저, 마 재판관을 평의에 참여시켜 ‘9인 체제’로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재개하고 변론 절차를 갱신해야 한다. 이 경우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형사재판에서 공판 절차의 갱신은 원칙적으로 지난 공판의 녹음 파일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휴정 시간을 빼더라도 이날 11차까지 50시간이 넘는 변론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면 당초 3월 중순께로 관측됐던 선고 기일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대법원이 공판갱신 절차를 간소화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28일 공포해 헌재가 이를 근거로 간단한 갱신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공포 시행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재판장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녹음·녹화매체 등의 중요 부분만을 재생하여 청취 또는 시청할 수 있다. 또 녹음물의 녹취서가 있으면 이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녹음물에 대한 증거조사를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녹취서의 기재가 녹음물의 내용과 불일치한다고 이의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녹취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청취하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헌재는 한차례 기일을 열어 변론 갱신·종결 절차를 거친 뒤 9인 체제로 평의를 열어 파면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측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어 변론 갱신 절차가 늦어질 수도 있다.
마 재판관 후보자가 진보성향이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마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9기로 2000년 예비판사로 시작해 법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임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선출됐다. 마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변론갱신 절차를 거치더라도 11차에 걸친 변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탄핵심판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헌재의 권한쟁의 일부 인용 결정에 대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고 대통령 탄핵심판 의결 정족수 6명을 확보하고자 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며 “지극히 정치적 셈법과 꼼수”라고 비판했다.
다른 선택지는 마 재판관을 평의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변론을 재개할 필요가 없고, 헌재는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게 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전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만큼 헌재가 변론을 재개해 재판 일정을 늦추려 하진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직 재판관이 9명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8명만으로 결정을 선고할 경우 사후에 절차적으로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마 후보자가 회피하는 방안도 거론되는데 회피의 경우 기피 신청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사료될 때 가능해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마은혁 재판관이 합류할 경우 변론을 재개해야 하는지, 8인 체제로 선고할 수 있는지 등은 재판부가 법리 검토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례적인 상황이라 참조할 만한 뚜렷한 전례도 없어 재판부 평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