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그림자, 취약계층 먼저 덮쳤다

2025-03-04 13:00:48 게재

건설·도소매업 중심 고용감소 … 상용직 임금 4.2%↑· 임시일용직 4.4%↓, “노동시장 경착륙 우려”

지난 46개월간 유지되던 고용시장의 상승세가 마침내 꺾였다.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1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는 국내 경기침체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건설업과 도소매업 중심의 고용감소는 내수 부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임시일용직과 특수고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이 먼저 타격을 받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기침체의 그림자, 고용시장 흔들어 =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98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로 돌아선 2021년 3월 이후 46개월 만의 첫 감소다. 특히 건설업(-10만9000명), 도소매업(-4만9000명), 제조업(-1만3000명) 등 핵심 산업에서 고용감소가 두드러졌다.

김재훈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소매업은 9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업 관련 제조업종인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과 1차 금속 제조업에서도 고용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감소세는 향후 고용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입직자가 전년 동월 대비 11만명 감소하고 빈 일자리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는 기업들의 채용 의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양극화 심화, 취약계층 먼저 붕괴 = 주목할 점은 고용감소의 영향이 불균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4만명이 감소한 반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1만8000명이 증가했다.

또한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는 1만2000명 증가했으나 임시일용근로자는 1만9000명, 기타종사자는 1만4000명 각각 감소했다.

김 과장은 “기타종사자 감소폭이 1.1%로 전체 감소폭(0.1%)보다 큰 것은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타 종사자에는 특수고용직과 무급종사자가 포함돼 있어 경기침체 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고용 취약계층의 실태를 보여준다.

임금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상용근로자의 임금총액은 491만8000원으로 4.2% 증가한 반면 임시 일용근로자는 178만4000원으로 오히려 4.4% 감소했다. 건설업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축소된 영향도 있지만 경기침체의 부담이 취약계층에게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업 성장과 건설·제조업 침체 = 산업별로는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5만1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만6000명), 부동산업(+1만8000명) 등 서비스 분야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전통적인 산업인 건설업과 제조업 도소매업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제조업 내에서도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은 증가한 반면 섬유제품 제조업,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은 감소했다. 이는 국내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대기업이 많은 서울 강남구, 제조업체가 밀집된 경기 화성시, IT 업체가 많은 경기 성남시에 종사자가 집중돼 있다. 경기 과천시는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중심으로, 전북 순창군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중심으로 종사자가 증가하는 등 지역별 산업 특성에 따른 고용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질임금 정체와 근로시간 변화 = 임금 측면에서는 2024년 12월 기준 명목임금은 460만8000원으로 4% 증가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401만원으로 2% 증가에 그쳤다. 2024년 연간으로 보면 실질임금 증가율은 0.5%에 불과해 실질적인 임금 정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은 2024년 12월 기준 157.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5시간 증가했지만 연간으로는 154.9시간으로 1.3시간 감소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업무량 감소와 함께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국내 노동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노동경제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부진과 소비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시장 악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과 임시 일용직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감소가 나타나는 것은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과장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 수가 지난달 감소했다가 이번 달에 증가로 전환된 것처럼 사업체 종사자 수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쳤다.

향후 노동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건설과 제조업 분야의 경기 활성화와 함께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용직과 임시 일용직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개선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남진·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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