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절반, 생명보험가입 안해
생명보험가입률 ‘초고령화 시대’ 진입
50대 여성은 90%, 75세 이상도 증가세
20~30대 청년층의 생명보험 가입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초반(20~24세) 남성의 가입률은 50대 후반(55~59)세 여성보다 47.0%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상황이 생명보험 가입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5일 보험개발원이 2023년 전체 생명보험 가입률을 집계한 결과 20대 초반 남성은 49.2%, 여성은 51.2%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남성 59.3%, 여성 67.1%)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반면 50대 후반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남성 79.7%, 여성 96.2%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일신문이 보험개발원에 의뢰한 이번 통계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생명보험가입자수를 성별과 연령으로 구분한 뒤 추계인구로 나눈 값이다. 50대 후반 여성 100명중 96명 이상이 최소 1건 이상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남성 가장 취약 = 생명보험은 젊을때 가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나눠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경우 경제활동이 시작하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서 가입도 늦춰지고 있다. 경제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해소되기 어려운 모습이다.
최근 4년간 20대 초반의 생명보험가입률은 2020년 52.7%, 2021년 50.6%를 기록한 후 50%선이 깨졌다. 20대 초반 남성의 절반 이상이 생명보험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생명보험가입률은 2022년 49.6%에서 2023년 49.2%로 다시 줄었다. 20대 후반 역시 같은 기간 58.8%에서 55.5%→53.0%→51.2%로 줄었다. 여성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20대 초반 여성은 2020년 55.0% 2021년 52.4%를 기록한 뒤 2022년·2023년 51.2%를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생명보험가입률이 높았던 20대 후반 여성은 63.4%→59.7%→56.4%→54.2%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이 젊은층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른다.
일반 생명보험의 경우 보험을 가입한 가장이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유족이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은 보험금을 물려줄 부양가족이 없다. 생명보험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일부 보험사가 청년층 결혼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여는 등 부산을 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적 이유도 있다. 청년 실업이 지속되면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청년’이 늘고 있다. 주택청약저축 을 비롯한 장기저축에 가입하지 않는 청년들의 생명보험 기피는 당연하다.
생명보험의 경우 경제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가입한 뒤 대개 60세까지 보험료를 나눠 불입한다.보험사들도 일반 생명보험 대신 노년을 대비할 수 있는 종신보험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청년층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층은 물론 결혼 후 출산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14세 미만의 생명보험 가입률이다. 영유아를 비롯한 아동의 생명보험가입률도 뚝 떨어졌다. 2020년 0~4세 남자아이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16.9%였으나 2023년 9.9%로 하락했다. 여자아이 역시 16.9%에서 10.0%로 하락했다.
5~9세 역시 남자아이 35.6%에서 24.2%로, 여자아이는 34.9%에서 24.4%로 하락했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 생명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종 사고를 대비하는 민영보험 가입률이 줄었다는 것은, 젊은층이 장년층이 된 후 질병과 사고를 당하면 공적보험에만 의지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과적으로 공적보험 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공적-민영보험 체계에 각종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 가입률 하락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년층 가입률 지속 증가 = 생명보험가입은 경제 성장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에 집중됐다. 한국의 경우 1955~1963년까지 출생을 베이비부머 1세대, 1964~1974년까지 출생을 베이비부머 2세대로 나눈다. 이들이 현재 50대 이상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베이비붐1·2세대가 모두 60세 이상이 되는 2035년에는 60세 이상 인구수가 195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령자에 집중된 생명보험시장은 보험사들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가입자가 젊었을 때 납부한 보험료를 운용해, 가입자가 나이가 들었을 때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현재와 같은 인구 구조와 상품판매 방식을 유지할 경우 지속적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8년 보험개발원 조사 결과 30대 여성의 생명보험 가입률이 82.2%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30대 초반 57.7% 30대 후반 63.7%로 크게 하락했다. 보험업계는 이 역시 비혼, 저출산과 밀접하다고 해석한다.
다만 2008년 30대 여성 대부분은 현재 50대에 속한다. 2023년 50대 여성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90%를 상회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여성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50대 후반(96.2%), 50대 초반(92.4%), 40대 후반(87.8%), 60대 초반(89.5%), 60대 후반(85.1%)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장년층에서 생명보험가입률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75세 이상 고령층의 생명보험가입률도 증가추세다. 신규 가입보다는 고령화 영향이다. 2020년 75세 이상 생명보험가입률은 남성 19.8%, 여성23.7%에서 2023년 27.1%, 30.2%로 각각 늘었다.
75세가 되면서 생명보험가입률이 급감하는 것은 상품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상품은 60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75~80세까지만 보장한다. 보장기간 이상 생존한다면 대개 환급금을 받고, 보장은 끝난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세(남성 80.6세 여성 86.4세)다. 고령화와 수명연장에 따른 변화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초고령화시대에 들어가면서 고령자들의 경우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 건강보험 가입이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며 “젊은층의 신규 고객 가입은 줄고, 고령자 고객만 넘치는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