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거부 진행 중…정부도 의료계도 벼랑 끝
의료계, 정부 결단 촉구하며 학생들 복귀도 호소
교육부 “작년과 달라…학사 유연화, 없다” 압박
2024학번 이상 의대생 96.6% 휴학 의사 밝혀
대부분 의대가 개강을 한 가운데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면서 3개 학번이 한 번에 수업을 듣는 소위 ‘트리플링’ 파국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상 벼랑 끝에 놓인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서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논란의 쟁점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의대생들이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3058명인 2024학번과 4567명인 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 상황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의대생 수업 북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자칫 내년에 1만명이 넘는 3개 학번이 한번에 수업을 듣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정이 이렇자 의학 교육 및 대학병원 관련 의료단체와 의료계 원로 등이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절박한 요청이자 마지막 기회” =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소속 8개 단체와 함께 지난달 2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문을 보내 △2026년 의대 정원은 2024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 △2027년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합의해 구성한 추계위원회에서 결정 △의학교육 질 유지와 향상을 위한 교육부 지원책 구체화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의교협은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의료계의 절박한 요청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의대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가 지체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또한 의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 의대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역대 회장과 이사장, 의대 출신 역대 대학 총장 등 17명도 이날 ‘의학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의료계 원로들의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이미 위기는 현실이 돼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미루면 이는 단순히 의사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조속히 정부와 의대, 의료계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충심으로 당부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이런 요구에 대해 교육부는 4일 “오늘 공문을 접수했다”며 “정부는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아직 의사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가 정부 설득 하겠다” = 의대생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 학장 협의체인 의대협회는 이날 공개한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2025학년 1학기에 학생들이 복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대협회는 “이미 초래된 1년간의 의사 양성 중지는 향후 우리 의료계에 많은 부작용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이를 1년 더 반복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여러분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의대협회는 또 “1학기에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2년째 의사 배출 중단으로 의사 양성 체계는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며, 2026년에 3개 학년이 함께 1학년을 맞이하게 돼 도저히 교육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일선 의대를 운영하는 학·원장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특히 의대협회는 “여러분의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의대협회가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집단휴학, 일괄 승인 없을 것” =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 특히 신입생의 수업 참여를 끌어내려는 압박성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교육부는 4일 “2025학번은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증원을 이유로 한 수업 거부 명분이 없다. 수업을 거부하는 25학번에게는 대학이 반드시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의대 신입생은 꼭 수업에 참여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 중인 24학번과 관련해서도 “올해는 집단휴학을 일괄 승인하는 등의 학사 유연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대학들이 휴학생 처분을 학칙대로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원칙을 담은 학사운영 방침 공문을 대학들에 내려보냈다”고 덧붙였다.
◆“문제 심각성 보여주는 것” =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달 3~27일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포함)의 24학번부터 19학번(본과 4학년)까지 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6%)이 이번 1학기에 휴학을 하겠다고 학교측에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협 관계자는 “대다수 학생이 동일한 의견을 표한다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를 말해준다”며 “학생들이 가장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필수의료정책패키지이며 이에 대한 반대가 휴학으로 표현됐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