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오를 때 ‘이순신장군 도시락’ 어때요?

2025-03-06 13:00:05 게재

서울 중구 ‘상권발전소’와 손잡고

전문가 초청, 전통시장 활로 모색

“중구에서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건 아시죠? 올해부터 장군을 소재로 한 축제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통시장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장군도시락은 어떨까요? 남산을 오를 때는 힘이 필요하니까 육류 중심, 내려올 때는 채식주의자용 도시락이 좋겠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누리센터 5층 대강당. 중구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에서 김길성 구청장이 대뜸 질문을 던졌다. 오영호 한식진흥원 수석전문위원은 “시장보다 특정 음식을 이야기하는 게 훨씬 빠르게 입소문이 난다”고 받았고 객석을 메운 상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중구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회를 연 가운데 김길성 구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중구 제공

6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구에는 전통시장 골목형상점가 지하상가까지 총 49개 시장이 있다. 서울시 전체 393개 중 15%를 차지한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김길성 구청장은 “중구의 시장은 전 국민에게 기회의 땅이었다”며 “시장 육성과 발전이 도시발전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전통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상권 관리 전문기구인 상권발전소를 열고 전문가들에게 운영을 맡겼다. 인현시장 동행축제, 남대문시장 맥주축제 등 각종 행사를 지원하고 전기안전설비 개선, 화재알림시설 설치, 낡은 소화기 교체 등 안전을 챙겼다. 청년을 위한 사업장을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디자인과 건축 혁신에서 성과도 냈다.

올해 들어서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시장과 동네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찾았다. 지난달 27일 신당누리센터에서 열린 ‘우리 시장의 새로운 이야기’다. 학계를 비롯해 관광 미식 상권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상인 주민들이 모여 전통시장의 변화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김길성 중구청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지향점부터 공유했다. 그는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라며 “주민과 상인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상생의 소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오영호 위원을 비롯해 황종환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 이민권 한국소상공인경영연구원장, 탁 철 시장관광연구소 대표까지 4명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전통시장과 미식관광 결합, 소비 흐름에 맞춘 골목상권 축제와 행사,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 상인 경쟁력 키우기 등 다양한 주제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골목에서 한달살기 등 상권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 상인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협치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세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회 끝에 구청장부터 전문가, 상인과 주민까지 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상인 스스로 변화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용성 평화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기획력이 부족한 상인들을 위해 상권발전소를 연 데 이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상인들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중구가 전통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선구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중구는 올해 4회까지 토론회를 이어가며 전체 골목상권은 물론 각 시장 특성에 맞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와 행사, 스타 점포 발굴 등을 통해 누구나 찾고 싶은 전통시장을 만들겠다”며 “상인 주민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중구가 전통시장 상생과 발전의 우수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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