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의원 아들 ‘마약 수사 지연’ 의혹
범인 확인·체포 110일, 일반 수사와 달라
경찰 “여러 명 특정 과정에서 시간 소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액상대마를 구하려다 적발된 가운데 신고 이후 마약검사까지 110여 일이 걸리면서 ‘수사 지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는 이 의원 아들인 30대 이 모씨가 범행 당시 렌터카를 이용했고 동승자도 있었다는 사실을 마약 의심 신고 직후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했다. 현장에서 숨겨진 액상대마도 발견했다.
하지만 경찰이 혐의자를 특정하는 데 60여일이 걸렸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는 추가로 50여일나 더 소요됐다.
마약 분야 한 경찰은 “액상대마는 다른 마약에 비해 체내 잔존 기간이 짧아 일주일이 지나면 검사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원이 특정되면 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게 순리인데 50여일이 걸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서초구 한 건물 화단에 묻힌 액상대마를 찾으려다 미수에 그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올해 1월 3일 이씨를 특정했고 2월 25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동석자 한 명이 이씨 아내이고 아버지가 이 의원이라는 걸 알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강남권에 근무했던 한 경찰간부는 “강남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관이 관련돼 있는지, 중요 인물이나 그 가족인지, 사건의 파장이 크게 될지를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며 “24시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게 매뉴얼처럼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사건에 대응할 수 있게 ‘시간 벌어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다른 경찰은 “렌터카 동석자가 누구인지도 바로 확인된다”며 “인적사항이 특정되면 수사대상자 검색부터 과거 전력까지 모두 살펴보기 때문에 가족관계 등은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마약사건은 신고 이후 길어도 2주 안에 대략적인 혐의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씨가) 대마흡입으로 불기소 처분받은 것도 확인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건 수사 책임자는 “피의자들이 현장에서 이탈한 뒤에 신고가 되었고, 추후에 CCTV 자료 확보 및 분석, 통신수사를 했다”며 “차량수사 등을 진행하면서 여러명의 피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강남권의 한 경찰은 “워낙 마약사건이 많은데 미수에 그쳤다니 수사가 지체됐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통상 이씨가 국회의원 아들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체포 직후 간이시약검사에서 마약 음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 부부와 다른 동석자 모발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