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0일 휴전’ 제안 조건부 찬성

2025-03-14 13:00:01 게재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해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답했다. 취지는 좋지만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내용들이 많다는 조건부 찬성이다.

타스통신, RT 등 러시아 언론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30일간 휴전 제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추가 논의와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통해 “휴전 자체는 옳은 방향이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며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세부 사항을 논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30일간의 휴전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은 이 제안을 당장 수용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이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져야 하며,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특히 쿠르스크 지역의 상황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공격으로 일부 영토를 점령했으나, 최근 러시아군이 반격해 상당 부분을 탈환한 지역이다. 푸틴은 “쿠르스크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어떻게 처리할지, 휴전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가 무기 공급과 동원을 계속할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약 200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휴전 협정 위반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푸틴은 “휴전이 단순히 우크라이나가 전열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통제와 검증 시스템이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푸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화 가능성도 언급하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발언이 “희망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NATO 사무총장 마크 뤼터와의 회담에서 “우리는 러시아와의 휴전을 원한다”고 강조하며 평화 협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도착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와 우크라이나 상황과 휴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위트코프 특사와 비공개로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협상의 또 다른 축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이번 발언을 “매우 예측 가능하고 조작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싶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기를 원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푸틴이 제시한 조건들이 휴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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