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청소년…도서관마다 주제 다르다

2025-03-14 13:00:22 게재

중화2동 복합청사에 1호점 선보여

망우역사문화공원 인물과 연계도

“지역과 연계된 내용이 많아 좋아요. 호기심 궁금증을 유발하고 동네에 대한 애착을 갖게끔 하는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중랑구 중화2동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김예리(36)씨는 6살 딸 서연이와 함께 지역 곳곳을 누비는 중이다. 특히 매주 동화책 3~5권을 소화하는 서연이를 위해 도서관을 즐겨 찾는데 드디어 ‘정착할 곳’을 찾았다. 아파트단지 바로 앞 동주민센터 건물에 둥지를 튼 ‘중화문학도서관’이다. 김씨는 “아이가 도서관과 친해지도록 습관을 들이고 싶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 예쁘고 특색 있는 도서관이 생겨 너무 좋다”며 “매일 방문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중랑구가 도서관마다 특색 있는 옷을 입혀 주민들이 책과 더 가까이 지내도록 할 계획이다. 류경기 구청장이 지난 1월 첫번째로 문을 연 중화문학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중랑구 제공

◆상호대차 제도 안착돼 있어 가능 = 14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주민들 쉼터이자 배움터인 도서관을 제각각 독특한 옷을 입은 특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열람실과 서가를 갖추고 대출·열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도서관을 계속 늘리는 대신 새로 짓는 곳들은 한가지 주제로 공간을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중랑구 관계자는 “한 도서관에 구비돼 있는 책을 다른 곳에서도 빌려볼 수 있는 상호대차 제도가 잘 돼있기 때문에 시설별 특화가 가능하다”며 “기존 도서관도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근현대 인물을 한명씩 주제로 한 책 전시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중화2동 복합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지난 1월 말 문을 연 문학도서관은 ‘특화 도서관’ 1호다. 연면적 822㎡에 장서 1만800여권을 구비하고 있어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서가에 꽂혀 있는 대부분 책이 시 소설 등 문학서적이거나 관련 도서라는 점에서는 남다르다. 일반 도서관과 비슷한 책이라면 생애 초기 영·유아를 위한 것이나 고전 인문학 등이다. 구는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문학을 중심으로 제공해 주민들이 책 읽기를 즐기면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건물 외부 계단과 바로 연결된 문학도서관에 들어서면 책이 비치된 방식부터 눈길을 끈다. 도서관 입구에서 주민들을 맞는 서가는 ‘생일 책’이다. 이효민 관장은 “책도 생일 즉 출판일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나와 같은 해 혹은 같은 날 태어난 도서를 찾아보고 흥미를 갖게끔 서가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는 주민들을 위해 서가 구성도 다채롭게 했다. 도서관 두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최근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다시 옮겨온 김영랑 시인의 공간이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라는 시구(詩句) 아래 시인의 작품과 함께 생애, 중랑구 대표 자원인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얽힌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서가 옆면에는 몇몇 책을 전면으로 볼 수 있는 책꽂이를 별도로 마련했다. 수필은 저자 국적에 따라 유럽 영미 중국 일본 등으로 꾸몄고 문학전집은 색감이 눈에 띄는 작품을 골라 출판사별로 비치했다. ‘삶의 방향 찾기 : 자아, 행복 그리고 변화’ ‘박완서를 만나다’ 등 주제별 전시와 설명도 눈길을 끈다. 이 관장은 “주제가 어려우면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며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택하기 위해 사서들이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문학으로 특화된 이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독서를 매개로 소통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주민 참여형 과정을 운영하면서 독서 생태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문학으로 풍요롭게’는 그 일환이다. 한국과 세계 고전을 깊이 있게 읽고 토론하기, 소설 수필 시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고 창작하기, 문학과 함께하는 연말행사 등을 구상 중이다. 여타 구립도서관과 연계한 북스타트나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1000권 읽기는 기본이다.

◆폭포공원·주차장에도 도서관 = 중화동에 이어 연말이면 면목동 용마폭포공원에 특별한 도서관 2호가 선보일 예정이다. 낡은 책깨비도서관을 철거하고 숲속 책쉼터를 내년 초 주민들에게 공개한다. 도서관 주제는 시(詩)다. 중랑구는 이와 함께 면목동 도서관을 주차장을 품은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청소년을 주제로 한 특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주민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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