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신임이사 6명 임기 시작 못한다
대법, 임명 집행정지 확정 … 본안 판결 나와야 최종 결론
한국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임명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진 6명은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3일 원심이 판단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방통위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상고 사건에서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해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7월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이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방문진 현직 이사 3명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등은 ‘2인 체제’ 방통위가 이같이 이사를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내고 임명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취지로 각각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방문진 이사 정원은 총 9명이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방통위의 항고로 진행된 2심에서도 서울고법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의 위원만의 심의·의결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 처분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 구성 등에 관한 절차상 하자 등의 존부는 본안소송에서 판단될 필요가 있다”며 “방통위가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한 의결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더라도 곧바로 방통위의 조직 구성 및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마비되는 문제가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하다”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방문진이 여전히 민주당이 추천한 구 이사 6인 체제로 유지되며, 기존의 불공정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성명을 냈다. 또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기각하며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대법원은 헌재의 판단조차 무시한 채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4대 4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하는 경우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은 4명에 불과해 탄핵 결정 정족수에 이르지 못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