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판결 분석 “후순위 전세 차단 필요”

2025-03-14 13:00:14 게재

미추홀구, 수원 정씨 사건 모두 후순위 전세계약

전세피해예방연석회의 “임대 파산 비면책돼야”

최근 2년간 대표적 전세사기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후순위 전세계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임대인의 전세금채권 면책 시도에 대한 대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지원 사각지대 해법 2차 연석회의’에서 김태근 변호사(주택세입자114 운영위원장)는 대규모 전세사기 재판을 분석해 이같이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먼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재판을 살폈다. 사건 주범 ‘건축왕’ 남 모씨는 2700여세대 임대주택 실 건축주로 직원들 앞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 놓고 그들이 공인중개사와 주택 관리업체까지 운영하도록 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2023년 2월 665세대 전세금 536억원을 피해로 보고 남씨 일당을 3차례에 걸쳐 기소했다.

남씨는 1차 사건 재판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7년으로 감형됐고 2022년 1월 이전의 사기 행위와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김 변호사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된 경우에만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역할을 바꿔가며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는 판을 열어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 사기로는 ‘수원 정씨’ 사건이 있다. 정씨 부부는 감정평가사인 아들과 함께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했다. 이들에 의해 수원과 화성, 양평 일대 500여명이 760억원의 피해를 봤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정씨에게 징역 15년, 부인에게 징역 6년, 아들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시장가치를 초과한 감정평가에 대해서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세사기 처벌은 약해 = 지난달 15일 형이 확정된 대구 신탁사기는 신탁계약증서를 담보로 주택가치 100% 이상의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융통한 사건이다. 법원은 감정액이 42억5900만원으로 평가돼 우선수익자에 대출금 합계 29억3000만원이 공제되더라도 피해 대부분이 회복될 거라며 징역 5년을 2심에서 2년 6개월로 감형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절차가 진행 중인데 최소 금액으로 매각될 경우 피해자 피해회복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는데 형량을 감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원룸을 임대했다가 299명에게 180억원의 피해를 준 부산 전세사기 재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해 1월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탐욕은 즉시 멈춰야 한다”며 “피해회복의 가능성만으로 형을 감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기 장본인들은 사기 혐의가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이 나면 개인회생 신청과 파산 절차를 통해 전세금채권 면책을 시도한다”며 “이 경우 민사소송에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의 행위가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임을 입증할 책임이 피해자들에게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며 “전세사기 처벌 강화와 임대인 파산 비면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 변호사는 “지난 2년간 전세사기는 모두 후순위 사기였다”며 “후순위 전세계약을 점진적으로 차단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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