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민의힘 중진들의 ‘속내’

2025-03-17 13:00:32 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 중진의원들 다수는 여전히 반탄(탄핵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5선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4선 의원들까지 연일 “탄핵을 기각·각하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들은 윤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관저 앞을 지키더니,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를 주도하고,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5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은 “불굴의 박정희 정신으로 재무장해서 탄핵심판이라는 불구덩이에 놓여있는 윤 대통령을 구출해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겨냥해 ‘공수처 불법 수사행위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적 득실에 누구보다 민감한 중진들이 탄핵심판 결과가 낼 모레 나올 텐데 막판까지 탄핵반대를 고수하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을 대비해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태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중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진들의 ‘소신’은 자칫 당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갤럽(11~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탄핵 입장을 조사한 결과 찬성 58%, 반대 37%였다. 대선 승패에 영향력이 큰 중도층에서는 찬성 69%, 반대 26%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탄핵이 인용돼 ‘5월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국민의힘은 여론지형상 소수인 탄핵반대파라는 핸디캡을 안고 대선을 맞아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탄핵 인용을 대비해 당의 입장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지만 쇠귀의 경읽기다.

왜일까. 탄핵찬성파에서는 중진들의 ‘속내’를 의심한다. 찬탄 입장의 한 인사는 “중진들은 탄핵 인용 뒤 실시되는 대선보다 자신의 정치적 손익을 더 신경 쓸 가능성이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당원과 지지층 입맛을 잘 맞춰서 자신의 몸값을 띄우고 훗날 당권을 노리는 수순을 계산에 넣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대선보다 당권이 중요한 중진들은 대선후보로도 ‘반탄파’를 밀 가능성이 크고, 반탄파가 후보가 되면 대선은 해보나마나 한 게임이 될 것이다.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과 반대로 내달린 국민의힘은 앞으로 오랜 기간 ‘계엄당’ ‘내란당’ ‘탄핵당’ 낙인을 벗지 못할 수도 있다. 자칫 민주당에게 진짜 ‘20년 정권’을 헌납할 수 있다. 중진들의 ‘반탄 소신’이 진짜 위험한 이유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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