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반탄’‘찬탄 오해’까지…여당 ‘사분오열’
조기 대선 경선도 ‘탄핵 2차전’ 흐를 가능성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분열돼 정권 내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조차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심지어 ‘찬탄 오해’로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 경선도 ‘탄핵 2차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탄핵 사태가 몰고 온 보수 분열이 심상치 않다.

19일 국민의힘 차기주자들은 탄핵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 있다. 한동훈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명확한 ‘찬탄파’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탄파’를 고수해왔다. ‘찬탄파’로 분류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해”라며 ‘찬탄 오해파’란 새 문파를 형성했다. 차기주자들이 탄핵을 둘러싸고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찬탄파’를 고수해온 안철수 의원은 19일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 ‘탄핵이 인용돼야 하냐’는 질문에 “저는 탄핵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찬탄 입장을 재확인한 것.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상계엄이나 포고령 등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는 18일 대구에서 윤 대통령 선고와 관련 “헌법정신과 대한민국 헌법 가치에 맞는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탄핵 인용에 무게를 실었다.
‘반탄파’를 자처한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홍 대구시장은 18일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면, 그게 탄핵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헌재가 탄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지사는 18일 SNS에 윤 대통령과 자신이 함께한 사진을 올리면서 “각하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극적인 태세전환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TV조선 ‘뉴스9’에 나와 자신을 찬탄파로 분류하는 건 “오해”라고 답했다. 그는 찬탄파로 해석된 자신의 SNS 글에 대해 “탄핵소추를 통해 헌재의 사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사태 수습 방법이란 취지였는데 이걸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오해파’로 자신을 재분류한 것이다.
홍 대구시장은 SNS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리더십은 우리측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며 오 서울시장의 ‘오해’ 발언을 저격했다. 친한(한동훈) 인사도 19일 “오 시장이 강성보수층 눈치 본답시고, 탄핵에 대한 의견까지 바꾸면서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재확인한 꼴이 됐다. 이젠 강성보수층도, 중도층도 오 시장 말은 믿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여당 차기주자들이 탄핵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조기 대선 경선도 극심한 분열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대선 경선이 ‘탄핵 2차전’ 양상을 띨 것이란 관측이다. ‘반탄파’ 주자는 탄핵 찬성세력을 비판하면서 탄핵 반대 기류가 강한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읍소할 것으로 보인다. ‘찬탄파’는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합리적 판단을 호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찬탄 오해파’는 강성보수층과 중도층 양쪽 모두의 표심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해지는 데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지금처럼 내분이 심해지면 본선에서 기권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찬탄파’ ‘반탄파’ ‘찬탄 오해파’ 중 누가 후보가 되던, 내 편이 아니면 굳이 투표소를 찾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2007년 대선에서 진보층이 대거 기권하면서 투표율(63.0%)이 급락했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26.1%)의 참패로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우리 당이 크게 분열돼 정권을 내준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탄핵 찬성·반대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더 이상 분열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