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싱크홀’ 건설사 위법 여부 내사 착수
매몰 30대,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사고 전 균열 민원·특별점검 ‘이상 무’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 생긴 폭 20m 깊이 18m 땅 꺼짐(싱크홀)에 빠졌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이 건설사 등에 위법이 있었는지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원인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에 나섰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 형사과는 명일동 대명초등학교사거리 인근 싱크홀 발생 원인과 함께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 과정에서 건설사 등의 위법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강동서 관계자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박 모씨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도 관계 기관·전문가들과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가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주었는지 등 원인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터널 굴착 공사와 사고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오후 6시 29분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근처 사고 현장에 지름 20m 깊이 18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박씨가 구덩이에 빠져 실종됐고 사고 직전 현장을 통과한 자동차 운전자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실종자 박씨는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사고 지점 인근의 상수도관 파열로 싱크홀 내부로 토사와 물 약 6480여톤이 유입되면서 펄이 만들어져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밝혔다.
김창섭 강동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밤새 물을 빼고 중장비를 투입해 바닥부터 긁어내는 작업을 진행한 후에 실종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싱크홀 아래에는 지하철 공사로 야간 터널굴착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자 4명은 누수를 확인하고 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지하철 공사를 중단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시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터널 윗부분만 굴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 인근은 이달 초부터 주변 주유소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는 주유소 바닥 균열과 관련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지하철 감리단·시공사측이 2차례 현장을 방문해 확인했지만 지반침하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도 있었다. 국토부는 서울시 차원의 정기점검과는 별개로 지하철 9호선 연장사업이 진행되는 대형 공사장으로 이곳을 분류해 점검했다. 당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했지만 땅속의 빈 구멍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대형 땅꺼짐으로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불안을 호소하자 25일 한영중·고와 한영외고, 대명초교 등이 재량 휴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박광철·이제형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