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품은 첫 특구…세계적 관광도시 도약 채비

2025-03-26 13:00:21 게재

자연·쇼핑·문화예술…풍성한 자원

상인·주민·지역사회 협업으로 성과

“코로나19 이후에 말도 못하게 침체됐는데 구에서 희망의 빛을 비추어 줬습니다. 진행상황을 보니 기대감이 큽니다.” “한강은 대한민국의 상징이잖아요.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찾아오면 동네 전체가 활기를 띨 겁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민들을 비롯해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지하상가 ‘고투몰’ 상인들에게 요즘 가장 뜨거운 소식은 ‘고터·세빛 관광특구’다. 지난해 말 고속터미널부터 반포한강공원 일대 0.84㎢가 서울에서 8번째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올해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상인들 제안을 구에서 받아들이면서 인근 주민과 지역사회 전체 협업을 이끌어내 성과를 거뒀다.

◆연간 119만명 외국인 관광객 방문 =

26일 서초구에 따르면 ‘고터·세빛 관광특구’ 내에는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79개 노선을 통해 전국을 잇는 고속터미널을 비롯해 지하철 3·7·9호선이 멈추는 교통 요충지다.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투몰’과 백화점 등 쇼핑공간에 세빛섬 달빛무지개분수 잠수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119만명에 달한다.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상인들이 전성수 구청장을 찾아 관광특구를 제안했다. 서초구는 2023년 고속터미널 일원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상인들 제안은 100% 반영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전 구청장은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았지만 주민들이 뜻을 모아줬고 시의원 국회의원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땀 한땀 관광특구를 엮을 수 있도록 협업했다”며 “좋은 요소를 끌어모아 연결하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성수 구청장이 상인 주민들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방문해 코터세빛관광특구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특구를 담은 장식품은 관광안내센터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사진 서초구 제공

차별화된 특구를 위해 한강을 포함시켰는데 마침 고속터미널과 한강공원을 잇는 지하 공공보행통로가 개방됐다. 떨어진 두 구역이 연결되면서 특구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전 구청장은 “여름과 겨울에는 날씨 때문에 지하보행로가 필요하다”며 “고투몰에 살거리가 있다면 건너편 반포지하상가에는 먹거리가 있어 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서울시에 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뒤 또 행운이 찾아왔다. 이듬해 스페인 관광청과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 관광청이 예술 벽화를 조성할 도시로 서초를 택했다. 3개 기관이 손을 잡고 반포동 지하보도에 피카소의 시선으로 본 두 도시를 담았다. 건축 음식 전통 일상생활 등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65m 길이 벽화다. 지하보도와 연결된 공공보행통로는 서울의 24시간을 담은 벽화로 장식했다. 360m에 달하는 벽면을 24시간으로 나눠 국내·외 작가 24명이 서울시민이 보내고 있을 각 시간대를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다.

피카소 도시 예술 벽화를 개막하면서 공공보행통로 안에 ‘고터·세빛 관광안내센터’를 개소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안내가 가능한 전문 관광통역안내사가 상주하면서 관광객들을 지원한다. 특구는 물론 서초구를 비롯해 서울 각 자치구 안내 책자를 비치해 연계 관광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무인환전기도 갖춰놨다.

2024년에는 ‘서초 한강 나이트 투어’ ‘서리풀 가을 도보여행’ 등 즐길거리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그해 12월 26일 특구 지정이라는 선물을 받게 됐다. 전성수 구청장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며 “5성급 호텔은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고터·세빛 관광특구에는 가성비부터 고급 품목까지 다양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살거리와 먹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프로그램 =

서초구는 곧 ‘관광진흥 조례’를 개정해 특구 지원과 관련된 규정을 새롭게 마련한다. 관광사업자 상인회 주민 등이 주축이 된 관광특구협의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상인과 주민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구와 힘을 모을 예정이다. 정귀연 고투몰 대표는 “외국인 사후면세점을 도입하고 다양한 상권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구와 발맞추겠다”고 말했다. 반포2동 주민 김정옥(77)·최영숙(64)씨는 “아직은 공공보행통로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곧 달라질 것”이라며 “상인들이 다시 힘을 내도록 주민들도 함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는 여기에 더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특색있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더할 방침이다. 옷이나 화장품 등 맞춤형 제안을 비롯해 문화예술 공공미술작품 감상 등이다. 한강공원 진입 지하보도를 대수선해 보행 편의를 높이고 공정관광 지침도 마련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한강을 품은 유일한 관광특구인 만큼 그 특성과 강점을 극대화해 ‘꼭 방문하고 싶은 관광명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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