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 어려운 부실PF, 펀드 조성해 매각…이달 실사 착수
저축은행 PF 부실여신 3.6조원 … 올해 1조원 이상 펀드 조성, 경·공매 병행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를 위해 PF 대출 정상화 4차 펀드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1~3차까지 조성된 펀드 보다 훨씬 큰 규모로 4차 펀드가 추진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부터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내놓는 부실PF 사업장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실사를 진행한다. 최근 3차 펀드 조성을 마무리 지은 후 곧바로 4차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당초 1분기 5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계획했던 3차 펀드 규모는 2000억원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5000억원, 2분기 5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의 펀드 조성을 계획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지금까지 발생한 PF부실을 최대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반기 펀드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하고, 이후 새롭게 발생하는 부실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차 펀드 조성액이 약 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1조원 목표를 맞추기 위해 4차 펀드 규모는 약 8000억원 가량이 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매물로 나온 부실PF 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마친 이후 펀드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매물로 내놓을 PF사업장 모으고, 자산운용사들이 해당 매물에 대해 실사를 거쳐 적정 매입가격을 제시하면 저축은행들과 가격 협상이 진행된다. 펀드 투자자들을 모아 수익을 내야 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저축은행들은 되도록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기 때문에 협상에도 시간이 걸린다.
협상이 끝나고 대략적인 매각 규모가 정해지면 인수를 위한 펀드 결성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내달 4차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PF 부실여신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3조6000억원이다.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결과 유의(C), 부실우려(D) 등급을 받은 규모다. 사업장 재구조화가 필요한 유의 등급은 7000억원, 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는 2조9000억원이다.
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져(PF대출,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는 지난해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전년(22조1000억원) 대비 8조2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PF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해 경·공매를 압박하고 있지만 PF 사업장의 유의·부실우려 비중이 높고, 낮은 사업성 등으로 정리(경공매·수의계약·상각)·재구조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업권에 비해 PF성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PF대출 정상화펀드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말 기준 PF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저축은행이 27.3%로 가장 높고 상호금융(20.4%), 증권(14.9%), 여신전문금융회사(8.8%), 보험(1.6%), 은행(0.7%) 순이다.
올해 조성되는 저축은행업권 공동펀드는 선순위(재무적 투자자)와 후순위(자산매도 저축은행 등)로 구분된다. 자산매도 저축은행을 후순위로 둔 것은 저축은행들이 자사의 부실PF 대출채권을, 출자한 펀드에 매각하는 일명 ‘파킹 거래 의혹’으로 불리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선순위는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 등 외부 투자자, 투자 희망 저축은행(PF 매각 저축은행 제외) 등 재무적 투자자로 모집 비중은 20~30%다.
매입 자산은 경·공매 등이 어려운 부실PF 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이다. 토지담보대출은 신속한 재구조화 등을 위해 사업장 내 전체 대주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운용기간은 부실자산 고정화 방지, 신속한 재구조화·재매각 등을 위해 펀드 운용기간을 2~3년으로 최소화하고 운용전략 등에 따라 펀드 운용기간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재매각 목적의 펀드는 운용기간을 단기로 설정하고, 공사완공 목적의 펀드는 공사 완료시까지 운용기간을 설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